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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디플레 심화… 한국 미래를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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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디플레 심화… 한국 미래를 위협한다

입력
2012.08.19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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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억 집이 4억으로…예금금리는 3%대…노후안전판 무너진다

#1. 중소기업 부장 이모(47)씨는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109.09㎡) 한 채가 재산의 전부다. 그의 월급은 400만원대 중반. 그간 중산층이라 자부하며 살았지만,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대출금 상환 등으로 통장 잔고는 매달 바닥을 드러내기 일쑤다. 버는 족족 사라지는 돈 앞에서 이씨는 "그래도 믿을 건 부동산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그래서 2007년 은행에서 1억5,000만원을 빌려 경기 평촌의 6억원대 아파트를 구입했다. 하지만 이 집의 현 시세는 4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집값이 오르면 그 차액으로 노후자금을 마련하고자 했던 이씨의 꿈도 산산조각 났다.

#2. 주부 오모(52)씨는 예금 신봉자다. 사업을 하는 남편이 불안해 악착같이 돈을 모아 정기예금을 들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해도 1년짜리 정기예금의 금리는 7~8%선. 5억원을 모으면 이자(월 300만원)만으로 노후 대비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평균 예금 금리가 3%대 중반으로 떨어져 10억원을 모아도 이자가 월 300만원이 채 안 된다.

임대소득으로 살아가는 김모(62)씨는 언뜻 보면 부동산 부자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7층짜리 건물에서 벌어들이는 임대소득이 연 3억6,000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으로 1억5,000만원을 떼이기 때문에 세후 수익률은 3%대 후반에 불과하다. 경기 침체로 임대료가 밀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씨는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기 위해 전 재산을 투자해 상가를 샀는데 오히려 땅값이 떨어지지 않을지, 임대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세금은 얼마나 나올지 등을 걱정하느라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토로했다.

노후 안전판이 무너지고 있다. 아파트, 예금, 주식 등 주요 자산 가치가 동반 하락하는 자산 디플레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노후를 불안하게 하는 건 개인 자산의 80%를 점하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다. 부동산 조사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은 2010년 3월 말 714조원에서 올해 6월 말 694조원으로 20조원(2.8%)이 날아갔다. 이태훈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PB 팀장은 "노후 준비를 위해 집값이 한창 오르던 2000년대 중ㆍ후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사람들이 많은데, 가격이 급락하고 매매조차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들이 진퇴양난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주식ㆍ예금 등 금융자산 가치도 급락세다. 은행 수신금리는 2008년 연 5.71%에서 올해 6월 3.63%까지 떨어졌고, 국내 주식형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마이너스 2.54%를 기록했다. 박형수 우리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며 "이처럼 성장이 더디니 자금 수요도 줄어 은행 금리는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액 자산가들이 많이 보유하는 골프장 및 콘도 회원권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4년 전 23억원이었던 경기 용인 남부컨트리클럽 회원권 시세는 지난달 사상 처음 10억원 아래(9억9,000만원)로 떨어지더니 이달엔 9억5,000만원까지 추락했다. 대명레저산업은 연간 20박 기준으로 회원권을 1,30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는 22년 전 용평리조트의 회원권 분양 가(당시 1,00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같은 자산 디플레 시대에는 특정 자산에 '몰빵'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이관석 신한은행 PWM서울파이낸스센터 팀장은 "과거 부동산 투자가 노후 준비의 대세였다면 저성장, 자산 디플레 시대에는 최대한 자산을 분산시켜 자산가치의 하락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령 갖고 있는 집을 팔아 전세로 살면서 남은 자금은 비과세 저축성보험, 펀드 등 금융자산에 분산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 자산 디플레 대비책은

자산 디플레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가진 재산이 집 한 채밖에 없다면 전세로 옮기고 남은 돈을 활용하는 게 좋다. 가령 6억원대 집이 있다면 2억~3억원대 전세로 옮기고 남은 돈은 연4.5% 금리가 보장되는 주택청약저축, 절세상품인 연금저축 등에 분산투자 하는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노후를 보내고 싶다면, 무조건 큰 상가만 찾지 말고 도시형생활주택 등 소형 수익형부동산을 활용해 보자. 전용면적 60㎡ 이하는 취득세가 면제되고 40㎡ 이하면 재산세도 면제된다. 또 종부세 합산에서 배제되고 5년 이상 보유하면 양도세 혜택도 받는다. 직접 투자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리츠펀드(부동산투자회사)에 간접 투자할 수도 있다. 내년부터 리츠의 임대소득에 대한 소득공제율이 현행 50%에서 100%로 확대되고 적용기한도 2015년 말까지 3년간 연장되는 등 혜택이 늘어난다.

예금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이미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데다 향후 금리도 하락세인 점을 감안해야 한다.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 이하를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에 분산 투자하는 게 좋다. ▦중위험 중수익을 노리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안전하고 2014년까지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물가채 ▦선진국 채권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신흥국 국채 등이 눈여겨볼 만한 상품이다.

목돈을 마련하려는 고연봉 전문직에겐 절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금신탁 같은 소득공제 상품이나 국내 주식형 펀드, 저축성 보험 등 비과세 상품을 택하면 종합과세 금액은 줄이면서 노후자금을 동시에 마련할 수 있다. 단, 투자 자산과 안전 자산의 비중은 6대 4 정도로 맞추고 금융자산의 20% 정도는 장기상품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하다.

강아름기자 saram@hk.co.kr

■ 노후자금 위협하는 세금 리스크

내년 퇴직 예정인 이선호(59ㆍ서울 양천구)씨는 요즘 은퇴자금 문제로 고민이 크다. 세제 변경으로 노후생활자금이 예상보다 10% 이상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당초 이씨는 현재 살고 있는 6억원짜리 아파트를 주택연금에 넣고, 내년에 받을 퇴직금 2억원은 즉시연금에 가입할 생각이었다. 예상되는 연금수익은 국민연금 110만원을 합쳐 월 290만원 정도. 매달 생활비 160만원을 지출하고도 여행이나 취미 활동이 가능하리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주택연금 상품을 판매하는 주택금융공사는 올해 2월 상품 출시 5년 만에 처음으로 연금 수령액을 낮춘 데 이어 이씨가 만 60세가 되는 내년에 또 다시 주택가격 하락세를 반영해 연금 수령액을 대폭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또 정부가 내년부터 즉시연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없애기로 해 월 20만원 이상 연금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씨는 "국민이 예측 가능한 정책을 펴야 노후대비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직장 은퇴자들에게 부동산과 퇴직금은 주요 소득원이다. 은퇴 후 새 일자리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라 대부분 모아둔 자산으로 생계를 꾸리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세금은 노후를 위협하는 중대 리스크일 수밖에 없다.

19일 재정당국에 따르면 양극화 해소 및 복지재원 충당을 위해 국민의 세금부담은 갈수록 늘어나는 반면 각종 비과세 혜택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12년 세제개편안'만 보더라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4,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상)을 비롯해 ▦파생금융상품 세금 부과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 확대 ▦비과세 금융상품 축소 등이 포함됐다.

더욱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각종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 정책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은퇴자들이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다 세금 리스크까지 고려해야 하는 시대를 맞은 셈이다.

박정준 미래에셋 WM센터원 수석 웰스매니저는 "금융자산이 충분치 않은 중산층의 경우 저금리로 이자소득이 변변치 않은 데다 각종 세제 혜택마저 사라지고 있어 은퇴 후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가능한 일찍부터 은퇴 준비를 시작하되, 변화된 자산시장 환경에 맞춰 은퇴 포트폴리오를 자주 바꿔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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