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길 봐, 별을 따려고 눈이 빤짝빤짝 빛나는 사람들을. 별 볼일 없으면 별이라도 함께 보자고 추파 던지는 치들도 있지. 별이 있다면 말 그대로 유별난 소리. 그런데 과연 하늘을 봐도 별을 딸 수 있을까. 이따금 똥 흘리며 떨어지는 별들이 있긴 하지만. 바라보고 있자면 별스럽게도 눈물이 핑 돌아. 그렇게 넋을 놓다가 불현듯 큰 별이 지면 고개 숙여 다 같이 묵념을 해."
오은 시인의 시 '별 볼일 있는 별 볼 일'에서 몇 구절을 따왔다. 서울이 고향이고 서울에 살면서 별 보는 취미와 직업을 갖고 있는 나는 별이 보고 싶을 때나 별 이야기가 그리울 때 그냥 별을 보러 달려갈 수 있는 도시 속 천문대가 늘 그리웠다. 천문대는 산꼭대기에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천문학자들을 위한 전문적인 천문대 말고 시민들을 위한 천문대가 꼭 산꼭대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피스 천문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있는 시민천문대다. 근처에 갈 때 마다 꼭 한나절씩 들러서 산책도 하고 밤에는 하늘의 별도 보고 시내 야경도 내려다보곤 했었다. 대도시에 위치한 천문대에서는 물론 은하수를 보거나 별이 빼곡하게 쏟아지는 감흥을 느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피스 천문대는 도시의 밤하늘 사이로 보이는 수줍은 별을 만나려는 숱한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별 이야기가 넘쳐나는 과학문화의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별을 보러 달려갈 천문대가 있는 그곳 시민들이 늘 부러웠다.
한참 전에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작은 도시 크라이스트처치에 간 적이 있었다. 시내 한복판에 작은 천문대가 있었다. 오래된 대학의 옛 캠퍼스 건물 꼭대기에 이 도시 대학 천문대가 있었는데 아주 오래된 작은 굴절망원경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몇 차례 시민들을 위해서 천문대를 개방하고 있었다. 천문대가 있는 건물의 1층에는 서점이 있었고 2층에는 도서관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작은 도시의 사람들은 별이 보고 싶거나 별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면 여기로 달려갈 것이다.
여당도 야당도 대통령후보를 뽑기 위한 경선이 한창이다. 모두 다 아는 숨어있는 '재야 후보'도 대통령후보로서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여러 가지 화두가 이번 대선에서 부각되겠지만 누가 보든 복지 문제가 그 중심에 있다는 것을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복지가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고 정책이라면 다른 여러 종류의 복지 문제 논의와 함께 과학문화복지에 대한 이야기도 그 논의의 중심에 있었으면 좋겠다. 천문대 문제만 갖고 얘기하자면 별이 보고 싶을 때 발 닿는 곳에 천문대가 있어서 냉큼 달려가서 별을 볼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과학문화복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별 이야기를 하고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한걸음에 달려갈 수 있는 삶이 보장되는 것, 이것이 바로 과학문화복지다.
그리피스 같은 시민천문대가 내 고향 서울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땅에 발붙인 지친 도시의 삶 속에서도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소중한 별 꿈을 꿀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을 상징하는 천문대. 시내 한복판에서 밤하늘의 별도 보고 시내 야경도 내려다보면서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곳. 서울에도 이런 천문대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한동안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참 동안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요즘 다시 논의가 시작되었다는 전언이다. 서울 한복판에 천문대를 세우는 것은 그저 건물 하나 세우는 일이 아니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학분화복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우리도 서울의 그리피스를 갖게 되면 좋겠다. 발을 떼면 닿을 곳에 있는 도시형 천문대도 절실하다. 크라이스트처치 시내 한복판에 도서관과 함께 있는 작은 도서관 천문대가 시내 곳곳에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별 이야기가 온 시내에 넘쳐나는 것, 그것이 바로 복지가 아니겠는가. 이번 기회에 별 볼일 있는 삶을 되찾자.
이명현 SETI코리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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