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한 지 2년이 채 안 돼 나가려니 아쉽더라고요. 군 생활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거든요. 복무 기간을 잘만 활용한다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부터 육군 8사단에서 전문하사(중대 행정업무 담당관)로 복무 중인 한재현(24) 하사는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 출신이다. 언젠가 모교로 돌아가 학업을 마친 뒤 해외 유학 길에도 오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다른 일반 병사 동기생들이 의무 복무 기간 21개월을 채우고 전역한 지난달에 병장에서 전문하사로 변신한 것도 그래서다.
한 하사는 19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에 입대할 후배들에게 군 복무 기간이 더 이상 두렵고 피하고 싶은 시간이 아니라 성공적인 인생의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고 했다.
2007년 카이스트 기계공학과에 입학한 그는 4학년 1학기까지 마친 뒤 2010년 10월 일반병으로 입대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미국 MIT대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으려던 그가 군대에 계속 남아도 되겠다고 생각을 바꾼 계기는 달라진 병영 문화였다. "지난해 7월부터 동기들끼리 같은 생활관을 쓸 수 있는 자율형 생활관 제도가 시행되면서 일과를 마치면 동기들과 자연스럽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수 있게 됐어요. 특히 저처럼 영어나 전공 공부 등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에겐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마련됐던거죠." 여유가 생기니 전문하사라는 길이 보였다. 전문하사는 병 복무 기간 단축으로 숙련병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진 군이 병장 전역 예정자 대상으로 6~18개월 간 120만~180만원의 월급을 주면서 전문부사관으로 연장 복무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포기하려던 유학 꿈도 이어가게 됐다"는 그는 "하사 복무 기간 동안 리더십을 키우고 월급도 꼬박꼬박 모아 유학 비용에 보탤 계획"이라며 웃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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