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처럼 주변 환경에 따라 색깔을 바꾸는 '위장 로봇'(사진)이 개발됐다.
미국 하버드대 조지 화이트사이드 교수팀은 "몸체의 크기나 모양, 색까지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 로봇은 외부와 이어진 관을 통해 공기를 불어넣거나 빼는 방식으로 모양을 바꿀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색의 염료를 주입해 환경에 맞춰 위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차가운 염료를 넣으면 적외선 탐지기에도 걸리지 않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화이트사이드 교수는 "포유류를 바탕으로 제작된 로봇과 달리 이 로봇은 두족류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 다르다"고 말했다. 두족류는 연체동물의 일종으로 오징어나 낙지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어 그는 "두족류가 몸을 변형해 좁은 공간에서도 이동하고, 위장술을 쓰는 것에서 영감 받았다"고 덧붙였다. 가령 수컷 오징어는 피부색을 바꿔 암컷을 유혹한다.
연구진은 아직까진 염료를 외부에서 주입하는 게 한계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향후엔 로봇 몸체에서 염료를 조합해 스스로 색을 바꾸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로봇은 실리콘 고무 등으로 제작돼 재질이 말랑말랑하고, 4개의 다리로 시간당 최대 40m까지 이동할 수 있다.
화이트사이드 교수는 "자갈 등이 많아 표면이 거친 곳이나 진흙 위에도 움직일 수 있어 재난 현장의 인명구조나 수색 활동, 말랑한 외형이 인체 장기와 비슷해 수련의들의 해부 실습에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에 주입된 염료가 피처럼 흘러나오게 해 수술과정에서 출혈 등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국 에너지부와 국방부 소속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만큼 이 로봇이 군사용으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날 발간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에 소개됐다. 사이언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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