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카이스트 초빙교수가 '오뚝이'라고 추천한 권세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가 이번엔 '소통하는 과학자'라며 주철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를 소개한다.
까칠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사람들과 학회에 함께 가는 것도 꺼리는 편이다. 그래선지 가까워지고 싶은데 힘들다는 얘길 종종 듣는다. 과학에도 여러 분야 사람들이 모여 함께 연구하는 융합이 필요한데, 나로서는 좀처럼 어려운 부분이다. 그런 면에서 주철민(37)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비록 어리지만 내게 없는, 부러운 구석을 많이 가졌다.
지난해 연세대에 부임하기 전, 주 교수는 2007년부터 4년간 미국 전자회사 '제네럴 일렉트릭(GE)'에 근무했다. GE는 연구원들이 낸 프로젝트 제안서가 채택되면, 해당 연구원에게 연구지원금을 준다. 프로젝트 책임자가 된 그 연구원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뽑아 연구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 교수에게 함께 해보자고 제안을 많이 했단다. 연세대에 들어와선 의대 심혈관센터와 함께 동맥경화 진단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과학자 중엔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 사람이 많다. 고집 세고,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가 제일 중요하다 생각하고, 다른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 연구하기 힘들다. 이런 사람은 아무리 잘났어도 요즘 같은 융합 과학 시대에 뒤처지게 돼 있다. 반면 주 교수는 상대방과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기 보단 먼저 상대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묻는 편이다.
주 교수를 처음 알게 된 건 그가 학부생일 때였다. 학부 4학년 때 그는 내 연구실에서 실험을 같이 했다. 당시 그가 했던 건 연소실험. 로켓연료로 쓰는 수소와 질소의 혼합비율에 따라 발화점이나 연소 후 생성물질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계산을 통해 찾는 연구였다. 석사, 박사 과정에 있는 학생들도 하기 어려운 실험이었는데도 차근히 하나 둘 해나가는 게 대견스럽기도 했다.
'로켓 보이'였던 주 교수는 1998~2001년 병역특례 때 지금 연구하는 광학 분야를 택하게 됐다. 유학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영어공부도 할 겸 외국 과학 잡지를 봤는데, 거기에 소개된 광통신, 나노기술 등에 상당히 끌렸단다. 그 분야에서 두각도 나타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과정에 있던 2005년엔 DNA나 단백질을 감지하는 고감도 센서를 개발해 '핫소폴로스상'을 받았다. 이 상은 조지 핫소폴로스가 설립한 써모 일렉트론사의 후원으로 독창적인 연구를 돕기 위해 제정됐다. 상금은 5만 달러(약 5,600만원).
GE에서도 승승장구하던 주 교수는 지난해 돌연 사표를 냈다. 연구 욕심 때문이었다. 제품 개발보단 자신이 하고 싶은 기초연구에 집중하고 싶었단다. 그렇게 학교에 왔고, 부임하자마자 의대와 협업하고 있다.
요즘은 융합 시대다. 연구 못지않게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연구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과학자, 주 교수는 그런 면에서 내게 귀감이 된다.
정리=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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