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명업체인 독일 오스람과 삼성전자는 17일 LED 조명시장에서 사업협력을 확대하고 차세대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습니다. LED와 관련된 모든 특허를 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크로스라이선스 계약도 맺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양사 관계자들은 "앞으로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며 이는 향후 혁신적인 제품개발과 생산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두 회사는 이제 더할 나위 없이 가까운 '친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불과 한달 전만해도 오스람과 삼성전자는 '적'이었습니다. 작년 6월부터 한국과 미국, 독일에서 양보 없는 특허전쟁을 벌였지요. 미래유망산업인 LED 특허기술을 놓고 양 사는 소송에 맞소송을 이어가며 격렬하게 싸웠습니다.
대개 특허소송은 끝까지 가지 않고 협상으로 종결됩니다. 법정에선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최종적으론 서로 보유하고 있는 특허에 대해 로열티를 지급하는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으로 끝이 나지요. 때문에 특허소송은 기본적으로 로열티를 보다 많이 받기 위한 힘대결 성격이 짙습니다.
오스람과 삼성전자도 그랬습니다. 1년 넘게 싸워온 양사는 더 이상 소송확대는 무의미하다고 판단, 로열티협상을 벌여왔고 결국 최종 타결을 지은 것이지요. 합의하는 순간 특허는 더 이상 배타적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돈을 받고 공유하는 대상이 되기 때문에, 두 회사는 원수에서 일순간 파트너가 되는 것입니다.
삼성전자와 오스람의 '전쟁과 평화'는 비즈니스의 세계의 속성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게 바로 비즈니스인 것이지요.
삼성전자와 애플도 이렇게 될 수 있을 까요. 어차피 비즈니스를 잘 하는 회사들이니까, 이 특허전쟁의 끝도 결국은 로열티협상이 될 것입니다. 다만 애초 의도했던 것 이상으로 싸움판이 너무 커졌고 그러다 보니 증오의 골도 깊어졌기 때문에, 다른 기업들의 특허대결보다 화해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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