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이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서울 유명대학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교와 수험생이 제출한 부실 서류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없는 입학사정관제 전반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17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이 학교 1학년 J(19)씨는 지난해 8월 입학사정관제 리더십 전형을 통해 이 대학에 합격했다. '봉사를 많이 했다'는 내용의 교사추천서와 자기소개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대전 B고에 다니던 J씨는 고교 2학년 때인 2010년 5월 친구 15명과 함께 여중생을 집단성폭행 한 사건에 연루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었지만, 교사 추천서나 지원서에는 이런 사실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집단 성폭행 관련 내용이 J씨의 자기소개서, 학교생활기록부, 추천서에 나타나 있지 않았고, 추천서 상에는 이 학생이 인성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가 기재돼 있었다"며 "J씨의 집단 성폭력 가담 사실이 확인되면 입학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은 재판기록과 본인 소명, 출신 고교 확인을 거친 뒤 위원회를 열어 입학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두 달 전 이 사건 연루자가 성대에 합격한 사실이 트위터에 나돌았고 성대 측은 한달 전 제보를 받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성대의 리더십 전형은 지원자격을 자치, 계발, 봉사활동에서 리더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갖추어 학교장 또는 지도교사의 추천을 받은 학생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 3때 학급 반장을 맡았고 봉사활동을 인정받은 J씨지만 지적장애인 집단성폭행 전력으로 보면 인성, 준법성을 따지는 리더십 전형에 학교장이나 지도교사가 추천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학생이다. J씨는 고교 2학년 때 집단성폭행 사건에 연루됐지만 학교측은 당시 어떤 징계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J씨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통해 지난해 10월말 합격하고 한달 뒤 대전지법 가정지원 소년부로부터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다.
김윤배 입학처장은 J씨 사례에서 드러난 입학서류 및 추천서 부실기재와 입학사정관제의 검증부재에 대해 "기본적으로 대학은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추천서(의 진위)는 고교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며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교사 추천서는 대부분은 맞는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학생들이 낸 서류에 대해 학교에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이런 일이 생겼다"면서도 "이번 사안은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 개별학교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교과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달 수험생들이 브로커를 통해 비교과 활동경력을 허위로 조작, 합격한 사실이 검찰조사에서 드러나는 등 입학사정관제의 큰 구멍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각 대학들은 대학입시 자율확대라는 명분으로 해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허택회기자 thheo@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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