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은 1993년 콜센터에 재택 근무제를 도입해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봤다. 콜센터 직원들의 경우 꼭 사무실에서 일할 필요없이 집에서 편하게 근무하다보니 스트레스를 덜 받아 고객응대 수준이 향상된 것이다. 특히 재택 근무는 어린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출산 후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뒀던 산후 휴가자들의 99%가 복귀할 만큼 직원 만족도가 높다.
이와 함께 BT는 직원들의 건강상태와 스트레스 원인을 진단할 수 있는 온라인 진단 도구인 '스트림'을 운영해 각자에게 스트레스 요인과 해결 방안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콜센터 상담원들의 처우는 열악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 기준 전체 콜센터 상담원 가운데 비정규직 비율이 66%를 넘는다. 반면 경제협력기구(OECD)의 콜센터 상담원 중 비정규직 비율은 평균 29% 수준이다.
연봉 역시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의 콜센터 상담원의 평균 월급은 100만원을 넘기는 수준인데 반해 미국 콜센터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만9,511달러(한화 약 3,300만원), 호주는 약 5만5,918달러(한화 약 6,300만원)에 이른다. 물론 선진국 기업들이 인도나 필리핀 등에 콜센터 기지를 두는 경우, 본국과 처우가 드를 수 있다.
일부 선진국들은 콜센터 상담원을 포함한 감정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일찌감치 노력을 해왔다. 음성노동자 문제에 대해 정부에서 근로기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규제하거나, 노사간 합의를 통해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04년 콜센터 직원들의 근무 여건에 대해 노사가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콜센터 노사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조명 밝기와 환기, 공기정화 등 일을 할 수 있는 적정 근무환경을 갖추고 시력장애, 목소리와 청각 손상을 피하기 위한 보호조치를 마련하도록 제안하고 있다. 또 적어도 2시간 작업 후 10분 휴식을 보장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특히 해외 각국의 정부들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콜센터를 유치하면 고용 창출 효과가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입지 선정시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인력 공급과 교육훈련까지 지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미국은 콜센터의 42% 가량이 한 개 이상의 공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콜센터 관리자들들의 63%는 공공 교육 훈련과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상담원들의 보상이나 관리방식을 공공기관이 일부 맡게 되면서 그만큼 상담원들의 복지 수준도 나아질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난해 말 감정노동자들을 위한 인권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여건을 개선하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권위에서 가이드라인을 통해 휴게시설을 마련하고 스트레칭 시간을 도입하도록 했으나 이를 지키는 곳이 얼마나 되는 지 의문"이라며 "강력한 제도적 개선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이지영 인턴기자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3)
전형우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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