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17일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장 부위원장은 "노동당과 국가, 인민군의 최고 영도자인 김정은 원수의 친밀한 안부를 전한다"고 인사를 건넸다. 후 주석은 이에 "심각한 홍수로 형제와도 같은 북한 인민의 생명과 재산이 큰 피해를 입은 데 대해 진심 어린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김정은 노동당 제1서기를 필두로 한 노동당의 영도로 반드시 재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화답했다.
장 부위원장은 이날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도 면담했다. 원 총리도 북한의 수재민들에게 애도를 표한 뒤 "장 부위원장의 방중이 역사적 자산인 양국ㆍ양당간 관계를 더욱 증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과 원 총리가 모두 북한 수해 피해의 심각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중국의 원조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과 중국은 어려울 때 서로 돕기로 조약을 맺은 나라"라며 "조만간 대규모 원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들이 "북한이 홍수와 태풍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며 이를 상세히 보도한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외교가에서는 장 부위원장이 후 주석과 만나 수해뿐 아니라 정치,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장 부위원장이 북한의 새 경제관리 체제인 '6ㆍ28 조치'를 설명하고 기술 이전과 차관 제공 등을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방중 시기 등도 논의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장 부위원장은 18일 평양으로 돌아간다. 13일 방중한 장 부위원장은 베이징에서 나선 및 황금평ㆍ위화도 공동 개발을 위한 제3차 북중공동지도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지린(吉林)성과 랴오닝(遼寧)성을 잇따라 찾았다. 그의 방중은 지지부진하던 나선 및 황금평ㆍ위화도 개발을 실질적 단계로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장춘만보(長春晩報)는 지린성의 경제단체 회원 40여명이 10~15일 북한의 나선을 방문, 나선시의 기업 투자 유치 방안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사업성을 검토했다고 전했다. 연변일보도 옌볜(延邊)동북아여객운수그룹이 지린성 옌볜과 북한의 나선을 잇는 정기노선 버스를 27일부터 운행한다고 밝혔다. 중국 야타이(亞泰)그룹은 15일 나선시와 공동으로 시멘트 및 콘크리트, 건축 내·외장재 등을 생산하는 건축재료공업원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나선 및 황금평ㆍ위화도 공동 개발과 관련, 중국은 '기업이 주도하며 시장 원리에 따른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측 발표엔 이런 내용이 없어 온도차를 드러냈다. 일부 매체에선 랴오닝성 시양(西洋)그룹이 2억4,000만 위안(425억원)을 북한에 투자했다 기술만 뺏기고 쫓겨난 사연을 부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장 부위원장의 방중 성과는 향후 북중간 경협이 어떤 결실을 맺느냐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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