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뇌부가 이과에서 문과 출신으로 재빠르게 교체되고 있다. 중국에서 다시 '문치'(文治)의 시대가 열렸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17일 새로 뽑힌 성(省)구(區)시(市)의 최고 지도자인 서기(書記) 31명을 분석한 결과 문학과 역사 계열 전공자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금까진 이공계열 기술관원 출신 서기들이 압도적이었으나 이번에는 인문ㆍ사회과학 전공자가 훨씬 많다"며 "전공을 기준으로 볼 때 문과 대 이과의 비율이 3대1"이라고 밝혔다.
문과 중에서는 중문과와 경제학과 출신들이 두각을 보였다. 대표적 인물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총애하는 것으로 알려진 후춘화(胡春華)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 서기와 지빙쉬안(吉炳軒) 헤이룽장(黑龍江)성 서기다. 각각 베이징(北京)대와 정저우(鄭州)대 중문과를 졸업했다. 또 장가오리(張高麗) 톈진(天津)시 서기가 샤먼(廈門)대 경제학과를, 장바오쉰(張寶順) 안후이(安徽)성 서기도 지린(吉林)대 경제관리학과를 나왔다.
차기 중국의 1인자가 될 시진핑(習近平) 부주석도 원래 칭화(靑華)대 화공계열 출신이나 이후 같은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아 문과로 전향했다. 차기 총리로 내정된 리커창(李克强) 부총리는 베이징대에서 경제학과로 입학, 박사학위까지 땄다. 이는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상하이자퉁(上海交通)대 전기공학과를, 후 주석이 칭화대 수리공정학과를 나온 것과는 크게 대비된다.
중국 수뇌부가 문과 출신으로 교체되는 것은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주리자(竹立家)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과거 중국에선 구 소련 유학을 통해서 공업을 발전시키는 게 가장 중요했고 이에 따라 이공계열 출신이나 기술관료들이 득세했다"며 "그러나 이젠 사회 모순들이 첨예하게 나타나는 시기가 된 만큼 인문적 교양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문은 또 문과 출신들의 역전뿐 아니라 1960년대 태어난 세대가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점, 학력이 높아지고 있는 점, 서민층 출신이 늘고 있는 점도 이전과는 다른 새 중국 수뇌부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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