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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어산지 망명 허용… 외교갈등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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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어산지 망명 허용… 외교갈등 고조

입력
2012.08.17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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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가 런던 주재 자국 대사관에서 머물고 있는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 설립자인 줄리안 어산지(41)의 망명을 16일 허용했다. 어산지가 6월19일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피신해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지 약 두 달만이다.

이번 발표는 특히 어산지가 망명을 위해 영국에서 탈출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영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에콰도르 정부에 전달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진행되면서 양국간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리카르도 파티노 에콰도르 외무장관은 이날 키토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외교 공관에 망명을 요청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전통에 입각해 어산지에게 망명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어산지는 "스스로에 대한 위대한 승리"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영국 정부는 에콰도르 정부 발표로 바뀌는 것은 없다며 어산지를 스웨덴에 인계할 예정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스웨덴 정부도 에콰도르가 어산지에 망명을 허용한 결정을 일축하며 항의 표시로 스톡홀름 주재 에콰도르 대사를 소환했다.

에콰도르 정부의 어산지 망명 허용은 영국이 어산지의 신병 확보를 위해 에콰도르 대사관을 급습할 수 있다고 한 게 시발점이 됐다. 15일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파티노 장관은 영국 정부가 어산지 체포를 위해 런던의 에콰도르 대사관을 급습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파티노 장관 발언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은 어산지가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도록 할 법적 책무가 있다"며 "(우리)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보석상태였던 어산지가 야간에 주거지를 떠날 수 없도록 한 법원 명령을 어기고 에콰도르 대사관으로 들어가 수개월을 생활하며 법을 어긴 만큼 자국 법대로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에콰도르 정부는 "영국이 대사관에 진입한다면, 적대적인 행동으로 보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대사관 진입은 외교 관련 빈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즉각 맞대응 했다.

영국 정부는 에콰도르 정부의 발표 약 3시간 전 에콰도르가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해 어산지가 영국에서 빠져 나오려고 하면 이를 끝까지 저지하겠다며 마지막까지 강수를 뒀다. 하지만 에콰도르 정부는 끝내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했다.

2010년 8월 스웨덴에서 여성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후 영국으로 도피했다 체포된 호주 출신 어산지는 영국에서 진행한 소송에서 패하자 '스웨덴 송환은 불법'이라며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머물며 망명을 신청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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