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푸틴 공연으로 기소된 러시아 펑크록밴드 푸시라이엇(Pussy Riot)이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러시아 야권과 반푸틴 운동가들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판결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마리나 시로바 사건담당 판사는 17일(현지시간) 푸시라이엇 멤버 3명에 대해 "신성한 종교기관에서 도발적이고 모욕적인 행동을 한 것은 명백한 유죄다"라며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행위 혐의로 2년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앞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푸시라이엇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2월 모스크바 크렘린 인근 러시아 정교회 구세주 성당에서 깜짝 공연을 했다. 복면을 쓰고 제단에 뛰어올라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란 노래를 부르며 러시아 정교회와 푸틴을 조롱해 체포됐다.
푸시라이엇 멤버들이 기소되자 마돈나, 폴 매카트니, 스팅 등 유명 인사들은 이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지지 의사를 보냈다. 미국과 프랑스 정부도 "이번 사건은 러시아 야권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수감자 3명이 모두 30세 이하로 어리며, 이들 중 2명은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푸틴 정권의 과도한 탄압이라는 여론이 확산됐다.
전세계적으로 비난 여론이 쇄도하자 푸틴은 이달 초 런던에서 "그들의 행동이 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그들을 엄하게 처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론을 의식해 비교적 관대한 처벌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판결로 오히려 전세계적인 반푸틴 시위를 부추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날 모스크바뿐 아니라 뉴욕과 런던, 시드니 등 전세계에서 수백 명의 시위대들이 '푸시라이엇 석방'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시위를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러시아 국민 중 70%가 믿는 러시아정교회의 최고 성소를 모독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번 판결로 푸틴 지지 세력과 반푸틴 세력간의 분열이 더욱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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