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의 성적장학금, 학교설립자 장학금, 국가장학금, 총학생회장학금, 금연장학금, 해외연수장학금, 생활보조장학금….
대학 다니면서 한 번 받기도 쉽지 않은 장학금을 15번이나 받은 졸업생이 화제다. 17일 동명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박상필(29)씨가 주인공이다. 보통 8학기에 마치는 140학점을 7학기 만에 수료하고 졸업했다. 박씨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학기마다 평균 2개의 장학금을 받은 셈”이라며 “받은 도움은 앞으로 차차 갚아가겠다”고 말했다.
‘캠퍼스의 낭만’ 같은 것도 누리면서 살 법 한데, 그에겐 그런 여유가 허용되지 않았다. 당뇨 심근경색 등 지병을 앓는 아버지가 벌이를 할 수 없어 어머니가 홀로 생계를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4년 내내 장학금이 절박했고, 한 눈 팔 여유가 없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그는 2002년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어려운 형편 탓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곧바로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김밥집, PC방 등에서 1년 가량 돈벌이를 했다.
두 살 터울의 여동생마저 집안의 웬만한 뒷받침 없이는 다니기 힘든 예술고(미술전공)로 진학했다. “어머니도 저도 여동생이 예고 시험에 떨어지길 바랐는데 덜컥 붙어버리는 거에요. 정말 미웠죠.”
2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뒤 매니지먼트회사에 들어가 아카데미 영업, 총무부 일을 3년간 했다. “계속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고요. 기술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2009년 동명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7,8년 동안 책이라곤 펼쳐볼 여유가 없었던 탓에 수능 시험은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갈 만한 대학을 찾다가 동명대에 내신 등급만 따지는 ‘만학도 과정’이라는 게 있더라고요. 내신이 2, 3등급은 됐으니 어렵지 않았죠.” 거의 모든 과목을 A+ 또는 A를 받으면서 평점은 4.5점 만점에 4.37점. 이 점수로 받은 15개의 장학금 총액은 3,000만원에 이른다.
졸업을 앞둔 14일엔 서울에 있는 중소기업에 취업까지 했다. 박씨는 “재학 중 뭐든지 도전한다는 마음으로 수업시간에 강의실 맨 앞자리에 매 시간 최선을 다했다”며 “‘학생 남편’ 대신 생활비를 벌며 뒷바라지해 준 아내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동명대 관계자는 “뜻을 세우고 매진한 박씨는 취업난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이 시대의 청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부산=김창배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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