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일수록 서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더 활발한 연구와 학술 교류를 해야지요."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지식인으로 알려진 아사쿠라 도시오(61) 국립민족학박물관 교수의 일성이다. 최근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놓고 한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대한 나름의 처방인 셈이다. 한국문화에 관한 영상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한국 관련 연구를 활발히 하고 있는 국립민족학박물관은 박사과정의 국립대다.
그는 16일 한국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한일 양국 시민들은 성숙해졌는데, 정치인은 아직 그 수준을 못 따라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미묘한 한일 관계를 정치인들은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진단한 그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한일 관계를 진정시키는 데에는 사실에 근거한 연구자료를 바탕으로 양국의 활발한 학술교류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사쿠라 교수는 최근 일본인 학자와 재외 한인학자들과 함께 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같은 박물관에 재직 중인 오타 심페이 교수와 오카다 히로키 고베대 교수, 고정자 일본 종합연구대학원대학 박사, 박승권 중국 중앙민족대 교수, 임 엘비라 사할린국립대 교수 등이 집필에 참여했다.
대표 저자에 이름을 올린 그는 "일본과 한국의 가족제도를 비교 연구하기 위해 1980년대 초에 서울과 제주, 전남 신안의 도서지역에서 2년 정도 살았다"며 "일본에서도 한국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이런 연구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한국어로 냈다"고 설명했다.
340쪽 가량의 책은 중국, 일본, 러시아 사할린, 베트남, 호주 등 지역별 한인들의 현황과 실태를 소상하게 소개하고 있다.
메이지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전남대에서 1년 반 가량 연구와 강의를 병행했던 그가 해외 거주 한국인들에 본격적인 관심을 두게 된 것은 1994년이다. 당시 중국 동북 3성에 거주하는 조선족에 대한 공동연구에 참여하면서 재외 한인 연구에 첫발을 내디뎠고, 이후 미국 중국 호주 태국 베트남 등을 돌며 연구를 이어갔다.
"세계 각지에 700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나가 있는데, 남북을 합친 인구의 10%가 넘어요.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해외서 살고 있다고 하면 일본인들은 크게 놀랍니다." 이 책의 일본어판 출간 계획을 잡고 있는 이유도 일본인들의 이런 반응 때문이다. "해외 한국인 중 상당수가 일제가 강제 동원한 이들의 후손인 만큼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 일본인들도 알 필요가 있지 않겠어요?"
자신을 '지한파'가 아닌 '친한파'로 불러 달라는 그는 한국의 역동적인 모습이 부럽다고도 했다.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해외에 잘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해외 근무도 기피하죠. 그런데 한국인들은 지금도 왕성하게 해외로 해외로 가려고 하잖아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일본 젊은이들이 본 받았으면 합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