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외교 전문가들은 최근 동북아에 나타난 갈등의 배경으로 세력 균형의 변화를 꼽는다. 한국, 중국, 일본 3국 모두 정권 교체를 앞둔 시기여서 정치 지도자들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기 위해 국수주의에 기대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한다.
기미야 타다시(木宮正史) 도쿄대 현대한국연구센터 교수는 “20세기까지만 해도 동북아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가장 컸지만 중국이 경제 규모에서 일본을 누르고 한국마저 일본을 맹추격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새로운 틀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했듯 일본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상황을 감지한 한국과 중국이 세력을 확장하면서 광복절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계기로 지각변동을 일으켰다”고 분석했다.
기미야 교수는 “한국과 일본이 북한을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다”면서 “관계가 지금보다 더 악화하는 것은 양국을 위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이 지금부터라도 위안부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임하고 한국도 독도문제와 과거사 문제를 과대하게 부각시키지 않는다면 관계 개선의 여지는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지한파 교수로 알려진 오코노기 마사오(小比木政夫) 규슈대 특임교수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사과 요구 발언으로 촉발된 양국 관계의 갈등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한국은 물론 일본 내에도 서로를 협상 상대로 보기를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며 “냉전시대인 1965년 맺어진 한일협상청구권이 이미 사문서화했지만 이를 대체할 것이 없다는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양국 관계 개선의 공이 정치권에서 일반 시민에게로 넘어갔다”며 “시민사회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차분하게 현실을 직시, 사태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니혼게이자이(日經) 신문은 “독도와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위험이 가중되자 도쿄주식시장에서 해운주의 약세가 두드러졌다”며 “동북아의 갈등이 3국 경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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