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논란이 한창이다. 민주통합당이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냈고 새누리당도 임금피크제와 연동된 정년연장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획일적인 정년제는 시장원리에도 맞지 않고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며 경제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노동계는 적극 찬성이다.
정년연장이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긴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나라가 노동계의 격렬한 저항과 정권교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연금 수급연령(정년) 연장에 목을 매고 있다. 고령화 시대 연금재정 안정을 위해선 은퇴를 늦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발 빠른 나라들은 65세에서 70세를 향해 가고 있다. 미국은 이미 1960년대에 연령차별금지법을 제정해정년 자체를 금지했고, 일본도 최근 65세 정년을 법제화했다. 우리는 1991년 고령자고용촉진법을 만들어 60세 정년을 권고해 왔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90년대 말부터 조기 퇴직이 일상적인 고용관행으로 자리 잡아갔다. 이런 와중에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60세에서 연차적으로 65세까지 늦춰진다. 은퇴는 빨라지는데 연금수령 시기는 늦어지는 불합리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추진되는 것이 정년연장이다. 우선 60세까지라도 정년을 연장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런데 이를 법제화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해 보인다.
첫째, 우리 현실에서 60세 정년은 배부른 소리라는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제도상의 정년은 57세가 대부분이지만 실제 첫 직장 은퇴는 평균 53세에 불과하다. 있는 정년이라도 제대로 지켜달라고 외치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둘째, 청년 일자리 창출과의 충돌문제다. 경제 전체로 본다면 정년을 연장한다고 청년 일자리가 줄지 않는다는 것이 OECD뿐 아니라 여러 연구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공무원이나 교사와 같은 특정 직업군 또는 하나의 기업만 놓고 본다면 정년연장은 분명히 신규채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셋째, 장기고용을 방해하는 여러 제도와 관행들을 그대로 둔 채 60세 정년만을 법제화하면 편법과 왜곡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정년연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근속기간에 따라 자동으로 올라가는 임금체계다. 임금피크제가 보완책으로 제시되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 연령에 맞춰진 위계적 직급구조와 우리의 독특한 호칭문화도 문제다. 부장님, 상무님이 아니더라도 정년을 채울 수 있는 직장문화가 필요하다. 생산현장의 경우 고령자가 늘게 되면 산업안전에 더 많은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감안할 때 60세 정년을 획일적으로 의무화하기 보다는 어떤 형태로든 60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정책이 아닐까. 일부 업종에서는 이미 유능한 숙련인력을 잡아두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고용유지 방안들이 활용되고 있다. 정년을 연장하기도 하고 일단 퇴직시킨 후에 임금과 근로조건을 다시 정해 재고용하기도 한다. 협력업체에 재취업을 알선하기도 하고, 정년 퇴직자만으로 별도의 회사를 차리기도 한다. 근로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휴가를 늘려 2~3년 전부터 은퇴를 준비시키는 방법도 있다. 이와 같이 기업 사정에 따라 다양한 고용유지 방안을 강구할 수 있도록 해 60세 정년이 아니라 60세 은퇴를 목표로 해야 한다.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 은퇴를 전후한 교육 프로그램의 확충이다. 은퇴를 늦추기 위해서도 교육은 필수적이다. 특히 은퇴자들의 무모한 창업을 줄이기 위해 은퇴학교를 열면 어떨까. 재산관리와 건강관리, 여가생활 과목을 교양과정으로 하고 다양한 취업지원 과목을 전공과정으로 개설하면 좋을 것이다. 아직은 공무원이나 직업 군인, 일부 대기업의 경우에 한정되어 있지만 이런 은퇴교육 수요는 갈수록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시설은 기존의 학교와 주민센터, 여러 복지시설을 활용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교육프로그램과 유능한 교사의 확보다.
최영기 경기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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