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풀(38ㆍ본명 강도영)은 웹툰 1세대이자 충무로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 작가다. 영화로 제작된 것만 2006년 '아파트'를 시작으로 '바보' '순정만화'(이상 2008), '그대를 사랑합니다'(2010), 22일 개봉하는 '이웃사람'까지 총 5편이다. 그가 원안을 제공해 완성된 '통증'(2011)과 현재 촬영이 진행 중인 '26년'을 포함하면 7편이나 된다.
강풀 원작 영화들이 남긴 흥행 성적은 대체로 실망스러웠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만이 유일하게 100만 관객을 넘었을 뿐이다. 10편의 웹툰이 기록한 수억 회의 페이지뷰와는 대조적인 기록이다. 16일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독자들이 많다는 것은 양날이 검이라서 영화 흥행에는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강풀은 지난 10년간 총 10편의 장편 연재 웹툰을 쓰고 그렸다. 서로 다른 장르인 멜로와 스릴러를 오가면서도 전매특허인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고수했다.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캐릭터와 온기 넘치는 인간 관계, 여러 인물들이 얽히면서 탄생하는 입체적인 이야기는 강풀 웹툰의 변치 않는 힘이다.
2008년 포털사이트에 연재했던 '이웃사람'도 크게 다르지 않다. 연쇄살인범과 그의 존재를 모르는 아파트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해운대' '심야의 FM'의 시나리오를 쓴 김휘 작가의 영화감독 데뷔작으로 재탄생했다.
"일곱 작품을 만들고 보니 악당이 한 명도 없더군요. 그래서 악당이 나오는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당시에 연쇄살인사건이 많이 일어나기도 했고요. 연쇄살인범이 사는 곳 옆집에선 눈치 챘을 텐데, 눈치 챈 사람들이 모이면 그가 누군지 알게 될 텐데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강풀 웹툰의 주인공은 작가 자신만큼이나 순한 사람들이다. 연쇄살인마를 제외하면 '이웃사람'의 인물들도 따뜻하고 선량하다. 다양한 연령대의 '이웃사람'들은 결국 '이웃사촌'이 되어 악당을 몰아낸다. 그는 "어릴 때 가정 형편이 어려웠는데도 집안 분위기는 아주 좋았다"며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여서인지 계속 가족 중심적인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했다.
다수의 주인공을 두는 것도 강풀 웹툰의 특징이다. 그는 "이야기가 비어 보이지 않게 하려고 여러 인물을 만들게 된 건데, 이제는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다양한 인물들이 서로 협업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쓰게 된다"고 했다.
강풀 원작 영화의 다음 순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26년'. 현재 촬영 중반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이 영화는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다는 이유로 4년 전 한 차례 제작이 무산된 적이 있다.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각별한 애정이 있어요. 웹툰 자체도 과정이 매우 힘들었거든요. 주변의 우려와 만류가 굉장히 많았어요. 영화 현장에는 잘 안 가는데 이번엔 꼭 가보려고요."
결혼 7년 만에 아이를 갖게 돼 "기분이 이상하다"는 강풀은 "앞으로는 만화 외에 동화책을 써보고 싶은 생각도 있다"고 했다. 만화가 데뷔 10년 만에 큰 변화를 겪고 있다는 그가 생각하는 좋은 작품은 어떤 것일까. "저는 예술 영화 보면 피 토해요.(웃음) 많은 독자들이 보는 작품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걸작보다 명작이 좋고, 걸출한 것보다 이름난 게 좋아요. 1년에 하나씩 10편을 쉬지 않고 했다는 데 뿌듯한 마음이 들고, 앞으로도 계속 다작을 하고 싶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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