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우리나라와의 수출입대금 원화결제 수단으로 이용해온 우리ㆍ기업은행 계좌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계좌 사용이 중단될 경우 원유 수입뿐만 아니라 이란에 수출하는 중소기업들의 대금 결제에 차질이 생겨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누 키아니 라드 이란 중앙은행(CBI) 외환담당 부총재는 14일 이란 주재 한국공사관에 원화결제계좌를 사용하기 힘들다고 통보해 왔다. 이란이 두 은행에 예치한 수출입 대금이 5조원에 달하는데 이율이 연 0.1%여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중앙은행은 “정기예금처럼 연 3%로 전환하면 연간 1,500억원의 추가 이자소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라드 부총재는 이달 초 방한했을 때도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순우 우리은행장, 조준희 기업은행장 등을 만나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나 협상에 진전이 없자 결국 두 은행에 거래 중단방침을 통보하고, 한국 정부에는 새로운 원화결제계좌를 개설할 은행을 물색해달라고 요청했다. 협약상 양측 거래는 종료 60일 이전에 한쪽이 서면 통보로 중단이 가능하다.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란에 수출하는 2,700여개의 국내 중소기업 등은 대금을 받을 방법이 없어진다. 현재 수출 대금 결제는 국내 이란 원유 수입업체가 원유 대금을 원화로 이란 계좌에 예치하면 국내 수출업체는 그 잔액에서 인출해 오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양국은 2010년 이란 핵 개발 의혹으로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시작하면서 미 달러화를 통한 송금길이 막혔고, 원화결제 계좌를 통해 거래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원화를 통해 수출입 대금을 맞바꾸는 단순 결제 용도였기 때문에 금리는 0.1%로 낮게 정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으로 예금 잔액이 크게 늘어나자 이란은 금리 인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ㆍ기업은행은 아직 이란 측으로부터 공식 통보가 전달되진 않았으나 재협상안을 마련 중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란과 협상이 중단된 게 아니라 지금도 진행중이다”며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연관된 문제인 만큼 요구사안을 최대한 수용하도록 협상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정부도 이란의 재협상에 적극적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란 측의 주장이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니 적당한 선에서 금리를 올려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며 은행들이 그런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