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한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의 구애가 노골화하는 양상이다. 손학규 김두관 후보 등 이른바 '비(非) 문재인' 주자들은 그간 안 원장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날을 세워 왔지만 최근 들어 연대론을 강조하는 등 '안 원장 껴안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먼저 손 후보는 최근까지만 해도 안 원장을 향해 "대통령은 연습하는 자리가 아니다"고 공세를 폈으며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주장하는 문재인 후보나 이해찬 대표를 겨냥해서도 "불쏘시개로 쓰겠다는 것으로 예의가 아니다"고 싸잡아 공격해왔다.
하지만 지난 5일 손 후보는 "안철수의 배트맨과 같은 정의감과 손학규의 안정감이 시너지를 낼 때 힘있는 후보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13일엔 "손학규 대세론이 민주당에 퍼지면 안 원장과 같이 가는 모습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연달아 우호적 발언을 쏟아냈다.
김두관 후보도 마찬가지다. 안 원장을 향해 "거머리가 득실대는 논에 맨발로 들어가 모내기 한 번 해본 적 없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었지만 10일 한 토론회에선 "대한민국 기존 체제 판을 갈아야겠다는 저의 주장은 안 원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 원장과 저는 다른 능력에서 잘 살아왔고 의지를 함께 할 부분이 있다"고 러브콜을 보내다시피 했다. 민주당 자강론을 앞세우며 안 원장 비판에 열을 올리던 모습과는 분명 딴판이다.
정세균 후보도 "안 원장은 극복의 대상이자 연대의 대상"이라고 강조하면서 당초 비판적 입장에서 수위 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박준영 후보만이 "안 원장과의 단일화를 운운하는 것은 해당 행위"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안 원장과의 '공동정부론'을 언급하며 연대론을 선점해온 문 후보는 여전히 안 원장을 향해 긍정적 시그널을 보내면서도 서로가 경쟁자임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문 후보는 14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이 출마하고 제가 민주당 후보가 된다면 두 사람은 경쟁해야 하고 저는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측 노영민 의원도 15일 "안 원장은 정권 교체를 위한 동지이자 선의의 경쟁자"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상당 부분 안 원장 지지층과 겹치기 때문에 그를 욕해봤자 경선에서 도움될 게 없다고 후보들이 판단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지금은 안 원장과 연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막상 후보가 결정되면 다시 차별화에 나서며 기 싸움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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