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들의 동메달 쾌거에 '형님'들이 광복절 승전고로 화답했다.
한국 축구의 상승세가 눈부시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은 1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해외파'전원이 제외돼 베스트 전력을 가동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안방에서 승전고를 울리며 2012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낸 후배들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근호(27ㆍ울산)는 선제골과 결승골을 잇달아 터뜨리며 2012년 광복절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우즈베키스탄과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3차전(9월11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전례가 없는 치열한 생존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령탑의 눈도장을 확실히 했다.
최 감독은 잠비아를 맞아 4-4-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이동국(33ㆍ전북)과 김신욱(24ㆍ울산)이 최전방에 배치된 가운데 이근호는 왼쪽 날개로 기용됐다. 경기 전 폭우가 내려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이근호는 자신에게 찾아온 득점 기회를 어김 없이 골로 연결시키는 '킬러 본능'을 과시했다.
첫 골은 전반 16분에 터져 나왔다. 상대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에서 김형범(29ㆍ대전)이 문전으로 예리하게 휘감기는 크로스를 올렸고, 골 지역 왼쪽에서 솟구친 이근호가 정확한 헤딩 슛으로 골 네트를 흔들었다.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한국은 공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전반 27분 수비 조직력에 허점을 노출하며 동점골을 허용했다. 왼쪽 측면을 파고든 에마누엘 음볼라(포르투)가 크로스를 올렸고, 골 지역 왼쪽으로 쇄도한 에마누엘 마유카가 오른발 하프 발리 슛으로 받아 넣었다. 아쉬운 장면이었다. 음볼라의 크로스는 골키퍼 김영광(29ㆍ울산)이 처리할 수 있었지만 낙하지점을 제대로 잡지 못했고, 마유카를 막던 오른쪽 측면 수비수 신광훈(24ㆍ포항)과의 사인도 맞지 않았다.
1-1로 전반을 마감한 최 감독은 후반 들어 이승기(24ㆍ광주), 김진규(27ㆍ서울), 고요한(24ㆍ서울)을 투입해 변화를 줬다. 효과는 2분 만에 드러났다. 이승기의 발 끝을 떠난 볼이 김정우(30ㆍ전북)를 거쳐 이근호의 왼발 슛으로 결승골로 연결됐다. 잠비아 미드필드 왼쪽을 파고든 이승기가 크로스를 올리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김정우가 힐 패스로 볼을 뒤로 흘렸고 아크 왼쪽에서 이근호가 왼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그라운드를 질주하며 포효한 이근호는 독특한 골 세리머니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는 TV 중계 카메라를 향해 오른손 엄지와 검지, 약지를 번쩍 치켜 들었다. '사랑한다'는 의미를 지닌 수화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던 이근호는 잠비아전 맹활약으로 '최강희호'에서의 입지를 더욱 탄탄히 했다. 지난 6월 카타르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1차전에서 2골을 터트리며 4-1 대승을 이끌었던 이근호는 잠비아전 맹활약으로 우즈베키스탄전 엔트리의 한 자리를 사실상 예약했다.
안양=김정민기자 goav@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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