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본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에 전함을 파견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고 홍콩 민간단체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ㆍ釣魚島) 상륙을 추진하는 등 일본과 영유권 갈등을 겪는 주변국들이 일제히 일본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태평양 함대는 14일 쿠릴열도에 대형 상륙함 1척 등 전함 2척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전함은 25일부터 내달 17일까지 쿠나시르(일본명 구나시리)섬, 이투룹(일본명 에토로후)섬 등 쿠릴열도를 돌며 2차 대전 당시 일본군과의 전투에서 숨진 옛 소련군 장병들을 추모하는 행사에 참여한다. 러시아의 쿠릴열도 전함 파견은 5번째다.
러시아는 쿠릴열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공세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당시인 2010년 11월 러시아 최고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쿠나시르를 방문했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지난달 3일 쿠나시르섬을 다시 찾았다. 이에 일본은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고 반발하며 주일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항의했다. 하지만 메드베데프는 "일본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는다. 정기적으로 관료들이 방문토록 하겠다"며 일본의 항의를 일축했다.
러시아는 또 2007년부터 '쿠릴 사회경제 발전계획'을 추진하면서 도로, 공항, 항만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한국 북한 중국 등 외국 근로자 1,500명도 쿠릴열도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가 쿠릴열도 개발에 700억엔(1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은 홋카이도(北海道) 북서쪽 쿠나시르 이투룹 시코탄 하보마이 등 4개섬으로 이루어진 쿠릴열도가 역사적으로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해왔다. 러시아는 2차 대전 때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쿠릴열도가 합법적으로 옛 소련 영토가 됐고 러시아가 이를 승계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56년 러일 평화협정 당시 러시아는 4개 섬 중 시코탄과 하보마이를 일본에 양도할 뜻을 밝혔지만 일본이 4개섬 모두를 반환해야 한다고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2001년 쿠릴열도 중 2개 섬을 반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일본이 4개섬 반환 입장을 재확인해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러시아의 최근 쿠릴열도 실효지배 강화는 일본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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