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물보다 진한 피'때문에 속앓이를 하는 재벌가들이 있습니다. 사실상 그룹과 관계가 없는 먼 친척들이 물의를 일으키는 바람에, 덩달아 구설수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LG그룹은 'LG가의 3세가 손해배상판결을 받았다'는 보도 때문에 골치를 앓았습니다. 그 당사자는 구본호씨인데요. 그는 지난 2007년 신소재기업 엑사이엔씨를 인수하면서 허위사실로 주가를 올려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아 현재 집행유예상태였는데, 지난 12일 손해를 본 소액주주 10명에게 4,000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을 받았습니다.
구본호씨는 고 구인회 LG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정회씨 손자로, 구본무 LG회장과 6촌간입니다. 부친인 고 구자헌씨는 범한판토스, 레드캡투어를 운영했었지요. 구씨 일가이긴 하지만 LG그룹과 거래나 금전적 도움 심지어 왕래도 없다는 게 LG측 설명인데요. 그런데도 항상 LG가의 3세란 꼬리표가 붙어 다니고, 계속 판결이 나올 때마다 이런 사실이 재삼 환기되다 보니 LG측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두산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두산가의 4세이자 고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중원씨가 올 3월 인터넷쇼핑몰 운영업자에게 5,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사기혐의로 고소 당한 사실이 지난 12일 알려진 것이지요.
사실 그는 '비운의 재벌 일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2005년 형제간 경영권 분쟁 이후 부친인 고 박용오 회장은 두산가에서 사실상 '파문'을 당했고, 이후 재기를 노렸지만 사업실패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들 박중원씨 역시 두산산업개발 상무를 지내다 아버지대에서 벌어진 '형제의 난'이후 현재 두산그룹을 이끌고 있는 삼촌 및 사촌들과는 결별했으며, 사실상 남남이 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두산가 4세의 사기사건'로 알려지다 보니, 그룹측으로선 상당히 난처해하고 있습니다.
거슬러가면 비슷한 일로 곤혹을 치른 그룹들은 한둘이 아닙니다. 재벌이 2세, 3세로 승계되다 보니 방계 가족들이 늘어나게 되고, 그 중에 이런저런 사고나 스캔들에 연루되는 경우가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돈이 많다고 다 행복한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들여다보면 사연도 많고 곡절도 많은 데가 재벌그룹입니다. 가지 많은 나무엔 정말로 바람 잘 날이 없는 것 같습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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