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중국이 그 동안 양국 국경 지역인 황금평ㆍ위화도 경제 특구 및 라선지구에 대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합의했다. 압록강 인근의 황금평ㆍ위화도는 정보ㆍ관광 중심지로 개발하고, 두만강 유역의 라선지구에는 생산ㆍ물류기지를 유치한다는 게 합의의 골자다. 북한이 이번 합의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경제 개혁개방 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중 양국은 14일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라선경제무역지대와 황금평, 위화도 경제지대 공동개발 및 공동관리를 위한 북중 공동지도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북중간 경제 협력을 가속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는 김 1위원장의 후견인이자 고모부인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천더밍(陳德銘) 중국 상무부장(장관)이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을 통해 “황금평ㆍ위화도 특구는 정보ㆍ관광 분야에 초점을 맞춰 북한의 정보집약산업의 중심지가 되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또 “라선지구에는 원자재, 장비산업, 고효율 농업 등의 산업을 유치해 동북아시아의 국제 생산ㆍ물류기지로 육성한다”고 덧붙였다.
북중의 나선 및 황금평 공동 개발은 2010년 5월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 당시 합의된 것이나 그 동안 진척이 없었다. 중국은 동해 출구 확보와 동북 3성 개발을 위해서 나선과 황금평 개발에 적극적이었던 데 비해 북한 일각에선 군사적인 전략 요충지가 상업적으로 개발되고 자칫 중국 손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최근 김 1위원장이 군부 내 인사 혁신을 단행한 뒤 곧바로 장 부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북한 내 경제 개혁의 걸림돌을 먼저 제거한 뒤 중국을 찾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장 부위원장은 이날 중국측에 더 이상 장애가 없다며 앞으로 나선 및 황금평 공동 개발을 적극 추진할 것을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동방조보(東方早報)도 이날 스위안화(石源華) 푸단(復旦)대 한국연구중심 주임을 인용, “북한의 실세가 대표단을 끌고 방중한 것은 국가 차원에서 나선과 황금평 개발을 가속화하겠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나아가 장 부위원장이 김정은 시대의 대외 개혁개방 정책을 사실상 천명하고 중국의 협조를 당부할 것이란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북한이 시장경제를 일부 수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경제관리 체제인 ‘6ㆍ28 조치’를 내놓은 뒤 방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장 부위원장이 경제가 발전한 중남부 도시와 동북 3성을 돌아보는 것도 중국의 개혁개방 성과를 참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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