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짓다가 불이 난 기무사 터는 미술관 건립이 확정되기까지 활용 방안을 놓고 말이 많았다. 조선시대에 국왕들의 족보와 어진을 봉안하고 왕실 친척들 관련 업무를 맡은 관청인 종친부가 있던 곳이라, 역사 유적 파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기무사 터에 국립미술관을 짓는 계획이 확정된 것은 2009년이다. 미술계의 오랜 소원이받아들여진 것이다. 미술계는 1996년부터 기무사를 다른 데로 옮기고 미술관을 짓자는 운동을 했다. 하지만 기무사 이전이 확정된 뒤 이 터의 활용 방안은 혼선을 겪었다. 2008년에는 현대사박물관을 짓는다, 복합문화관광시설로 만든다는 서로 다른 발표가 문화체육관광부와 청와대에서 각각 나왔다. 미술계는 크게 반발했고, 결국 미술관 건립으로 낙착됐다.
그렇게 일단락 되는가 싶더니 이번엔 문화재 문제가 불거졌다. 종친부 건물이 있던 역사 유적지에 새 건물을 짓는 데 따른 문화재 파괴 우려가 나온 것이다. 실제로 미술관 건립을 앞두고 2009~2011년 문화재 발굴 조사를 해보니 종친부 핵심 건물 터가 여럿 발견됐다.
종친부 건물은 일제 강점기와 해방기를 거치면서 대부분이 없어지고 경근당과 옥첨당만 남아 있다가 그마저 1981년 인근 정독도서관 경내로 옮겨졌다. 당시 국군 보안사령부(기무사의 전신)가 테니스장을 짓기 위해 ?아냈다. 문화재청은 올해 4월, 경근당과 옥첨당을 원래 있던 기무사 터로 옮겨 복원하는 공사를 시작했다. 12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기무사 터는 1979년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이 12ㆍ12 쿠데타를 모의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 곳에 있던 국군서울지구병원은 그해 10ㆍ26 사태 때 박정희 대통령 주검이 처음 안치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의학전문학교 부속 병원으로 지어진 이 건물은 근대건축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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