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역사적 상처를 남겨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오전 서울시청 앞 광장에 한복과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곱게 차려 입은 500여명의 일본인 여성들이 모여 90도로 허리를 굽혔다. 이들의 어깨에 걸린 노란색 띠에는‘사죄합니다’, ‘한일 우호 증진’이라고 쓰여있었다. 이들은 한국인과 결혼한 일본인 주부들로 일제강점기 위안부 문제 등에 사과하고 한일간 우호 증진에 앞장서기위해 모인 ‘한일 역사를 극복하고 우호를 추진하는 모임’ 회원들이다. 이들은 이날 사죄문을 낭독한 뒤 태극기와 일장기를 흔들며 “한일 양국의 발전을 위해 갈등과 대립이 아닌 신뢰와 우호 관계를 열어갑시다”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 모임의 결성은 대표를 맡고 있는 에리카와 야스에(66)씨가 시발점이 됐다. 1970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서울에서 살고 있는 에리카와씨는 지난해 일본대사관 앞에 소녀상이 세워지고 난 뒤 한일 양국간의 갈등이 고조되자 가만히 지켜 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는“한국에 있는 일본인들이 나서 양국의 갈등을 풀어보자”며 지인들에게 모임을 제안했다. “처음엔 40명 정도가 모였고, 모임 취지에 공감하는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회원 수를 넓혀가다 보니 벌써 1,200명에 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모임은 지난 달 일본 정부와 대사관에 ‘일본 제국주의 시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위안부 등 비인도적 행위에 사죄하고 한일 양국 우호를 위해 노력해 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에리카와씨는 “일본에서는 전혀 몰랐던 전쟁 위안부 문제를 한국에 와서 처음 알게 됐다”며 “같은 여자로서 정말 심각한 범죄라고 느껴져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 집’도 몇 차례 방문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은 1965년 체결된 한일기본조약으로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주장하지만, 피해 국가는 물론 피해 당사자들이 이를 받아 들이지 않는 이상 확실하게 사죄하고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모임은 이날 3ㆍ1운동이 일어났던 종로 탑골공원까지 행진한 뒤 공원 내 독립운동가 의암 손병희 선생 동생 앞에서 사죄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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