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여왕의 등장에 인천공항이 후끈 달아올랐다.
손연재(18ㆍ세종고)가 입국장에 모습을 보이자 수백 명의 팬들과 취재진들의 플래시가 쉼 없이 터졌다. 손연재는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며 팬들에게 화답했다. 게이트에서 공항 VIP룸까지 이동하는 도중 그를 쫓는 수백 명의 행렬이 끊이질 않자 7~8명의 경호원들이 애를 먹었다. 비록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사상 첫 결선 진출에 5위에 오른 손연재의 인기는 여러 선수들 가운데서도 단연 으뜸이었다.
이기흥 단장을 비롯해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선수단 본진이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회장을 비롯해 유도의 김재범(27ㆍ한국마사회)과 송대남(34ㆍ남양주시청), 태권도 황경선(26ㆍ고양시청) 등은 이날 공항의 밀레니엄 홀에서 해단식 및 기자회견을 가졌다. 본진에 앞서 입국한 기보배(양궁ㆍ광주광역시청), 진종오(사격·KT) 등도 이날 행사에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해단식은 이기흥 단장의 성적 보고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치사로 이어졌고 이 단장이 박용성 회장에게 단기를 반납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곧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선수들의 다양한 소감이 쏟아졌다.
대회 2관왕에 오른 기보배는 "비도 오고 바람이 많이 부는 등 날씨가 좋지 않았지만 대비를 충분히 했기 때문에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터넷에서 '운이 좋았다'는 악성 댓글을 보았는데 새벽부터 일어나 야간까지 열심히 준비했던 것을 잘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기보배의 연인인 오진혁은"평소 힘들다는 이야기를 안 했었는데 마음이 아팠다면 앞으로 잘 위로해 주겠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서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손연재는 "이번 대회를 통해 리듬체조를 많은 분들이 봐줘서 기분이 좋았다"며 "올림픽 결선 무대가 꿈이었는데 후회 없이 연기한 것 같아 뿌듯하고 감사 드린다"고 당차게 말했다. 그는 또 "중간에 실수가 있긴 했지만 준비해왔던 것이 있었고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에 대해 박용성 회장은 "대한축구협회가 16일까지 국제축구연맹(FIFA)에 보고서를 내고 그 내용을 가지고 IOC에 처벌 혹은 사면 보고서를 내기로 했다"며 "일단 FIFA에서 유리한 보고서를 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태권 낭자' 황경선은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종주국으로서 항상 부담감을 갖고 훈련을 했지만 외국 선수들에 비해 국제 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며 "최소 10개의 국제 대회에 나가 기술을 공유하고 선수들과 맞춰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국은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 13개, 은 8개, 동 7개로 당초 목표로 했던 '10-10(금메달 10개 이상, 종합 10위 이내)'을 달성하며 5위에 올랐다. 1948년 런던 대회부터 올림픽에 참가한 이래 64년 만에 원정대회에서 거둔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인천공항=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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