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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 화재/ 경복궁 옆인데… 소화장비도 없이 공사하다 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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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공사장 화재/ 경복궁 옆인데… 소화장비도 없이 공사하다 참사

입력
2012.08.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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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공사현장 화재로 공사인부 28명이 사상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공사현장에 다량의 인화물질이 있었지만 화재 방지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안전불감증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발생과 원인

13일 오전 11시23분쯤 종로구 계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신축 공사현장 지하 2층에서 불이 나 지하 2, 3층에서 단열 작업을 하던 인부 김정진(53), 유문상(43), 오현주(48), 오익균(59)씨 4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숨지고 2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타워크레인 작업을 하던 진모(55)씨는 급히 대피하던 중 20m 아래로 추락하는 등 인부 4명이 중태로 알려져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지하 3층에서 일하던 박모(53)씨는 "공사현장 안쪽에서 시커먼 연기와 함께 '불이 났다'는 외침이 들려 계단을 통해 급히 뛰쳐나왔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화재 발생 후 5분여 만에 출동한 소방당국은 구조인원 200여명과 소방차 60여대를 투입했지만 1시간20분이 지나서야 겨우 불을 껐다. 화재 현장이 넓고 지하에 앞을 가늠할 수 없는 검은 연기가 가득 찬 탓에 인명 구조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화재 당시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각 층 마다 인부 40여명이 설비공사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지하 3층 공사 현장에서 우레탄으로 방수ㆍ단열 작업을 하던 중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소방 관계자는 "불이 난 현장은 페인트와 우레탄, 가스 등 인화성 물질을 많이 쓰는 곳"이라고 말했다.

소화기 두 대, 구석진 흡연장소에

발화지점으로 추정되는 지하 2층 공사현장(1만1,195㎡)은 곳곳에 인화성 물질로 가득 차 있었지만 소방시설이라고는 달랑 소화기 두 대밖에 없었다. 현장 인부들은 "이날 우레탄을 이용해 단열재를 마감하는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주변에 소화기나 소방 시설은 보지 못했다"며 "소화기는 공사현장 구석에 마련된 흡연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소방 관계자는 "현장에 인화 시 유독가스를 내뿜는 스티로폼과 샌드위치 패널 등 단열재가 널려 있어 인명 피해가 컸다"고 말했다.

비상 시 안전장치도 부실했고 사고예방 수칙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사 관계자는 "건물 구조에 알맞게 방향을 안내하는 유도등이 설치돼야 하지만 건물 양쪽 출입구에만 일부 설치됐고, 현장 내부에는 없었다"며 "어두운 공간이라 평소에도 출입구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방향을 헷갈리는 인부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통상 우레탄 공사를 끝내고 스티로폼 등 다른 단열재 공사를 해야 하지만 이 현장은 여러 단열재 공사를 한꺼번에 진행했다는 게 공사인부들의 설명이다.

한 하청업체 관계자는 "위험한 작업을 동시에 하려면 엄격한 안전관리를 해야 하는데 대통령 임기에 맞춰 공사를 끝내려다 보니 그런(안전 조치가 소홀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옛 기무사 부지 2만7,303㎡에 지하 3층 지상 3층 규모로 건립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는 GS건설이 시공을 맡아 지난해 12월 착공했으며 내년 1월이 완공 목표시점이다. 현재 공정률은 48.2%로 스프링쿨러 등 소방시설은 이제 시공에 들어간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은 파악 중이며 안전수칙 위반 등 위법행위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슴 쓸어내린 시민들

화재로 경복궁 주변 하늘이 시커먼 연기로 뒤덮여 관람객 수천여명과 인근 주민들이 일제히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매캐한 연기는 정부중앙청사에서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서울 중심가에 퍼졌다. 화재 현장 바로 옆 건물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강모(40)씨는 "불과 몇 초 사이에 9ㆍ11테러처럼 검은 연기가 순식간에 피어 올랐다"며 "연기가 너무 심해 주변 건물 상인들과 함께 살기 위해 뛰쳐나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화재 현장은 도로 하나 사이를 두고 위치한 사적 117호 경복궁과 맞닿아 있어 지난 2008년 숭례문 화재 악몽을 떠올리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스페인 교포 김종성(72)씨는 "자욱한 연기에 경복궁에도 피해가 가지 않았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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