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10일 전격적인 독도 방문 이후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계속 강경 발언을 하면서 향후 이 대통령의 대일 관계 방향 설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13일 국회의장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가진 오찬 모임에서 독도 방문이 일본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일본에 대해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가 독도 방문이 대통령의 자연스런 지방 시찰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과거사 문제 해결과 관련해 일본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임을 이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는 않다"면서 일본을 자극할 수도 있는 언급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최근 강경해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초반 "일본과의 관계를 실용적 입장에서 접근하려 한다"(2008년 4월 한일 정상회담)고 밝혔듯 실용 외교에 무게를 뒀다. 독도 문제에 대해서도 역대 정권의 '조용한 외교' 기조를 수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일본 교토(京都)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놓고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 설전을 벌이면서 이 대통령의 태도가 변했다. 이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요구했고 노다 총리는 회담 직전 일본 대사관 앞에 건립된 '일본군 위안부 평화비 소녀상'의 철거를 요구했다.
이번 독도 방문도 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게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노다 총리가 위안부 문제 해결은커녕 소녀상에 말뚝을 박는 등 국내정치에 발목이 잡혀 우경화에 휩쓸리면서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강경 발언에도 불구하고 "독도 방문과 대일 외교정책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대일 외교 기조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것"이라며 "일본과는 지리적으로 근접한 국가이고 이미 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교류가 있는데 (외교 정책을) 선을 그어서 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일 관계에서 기왕에 가장 예민한 부분인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이뤄진 이상 당분간 독도 문제에서는 수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신 군 위안부와 역사 교과서 왜곡 기술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공세적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기조는 이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군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선 적정한 수위로 거론할 가능성이 있지만 독도 문제 관련해서는 언급 여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독도를 언급하더라도 한일 관계 부분보다 '생태적으로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 주자'는 취지로 자연스럽게 환경 등 일반 분야에 넣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독도 방문이 "3년 동안 준비해 온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임기를 6개월 앞둔 시점에 이뤄진 점에서 '임기 중 최저점으로 떨어진 이 대통령의 지지율 반등을 위해 즉흥적으로 결정했다"는 의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외교가와 학계 일부에서는 이 대통령이 국정 장악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치적 충격 요법으로 갑자기 큰 카드를 꺼내 향후 독도 문제에 대한 우리의 대응력을 오히려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일 관계에서는 물론 일반 외교 관계에서 중요시하고 있는 전략적 일관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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