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다 이미지가 실추된 지 불과 몇 달 만에 독도를 방문한 것은 한 마디로'정치 쇼'라고 볼 수밖에 없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자 김양(59) 전 국가보훈처장은 13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이 같이 평가절하하며 "이 대통령이 임기 동안 한일 문제에 대해 구체적 액션을 취한 것은 독도 방문이 유일하지만, 임기 초부터 분명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다면 지금쯤 국민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김 전 처장은 또 올림픽 축구 대표팀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리머니 논란에 대해 "우리나라 국민 누구라도 그 상황이었으면 비슷한 선택을 했을 것이고 박 선수는 정치적 희생양"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메달 보류 결정이 오히려 한일간 정치적 긴장감을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광복 67주년을 앞두고 "독도 문제를 관심 깊게 다루는 것은 좋지만 대중의 관심이 특정 이슈에만 집중돼 자칫 광복절의 본래 뜻이 퇴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의 가장 큰 교훈은 구한 말 우리가 일상적, 과거지향적, 국내적 문제에만 매달려 국제적, 거시적으로 보지 못한 데 대한 반성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누가 과거에 뭐 했다, 누구 부친이 뭘 했다는 얘기만 있을 뿐 북한과 일본, 중국 등에 대한 우리의 외교 정책과 교류 문제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후보 검증은 물론 물가, 교육, 부동산 문제도 중요하지만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벗어 나기 위해선 주변국에 대한 전략적인 시각과 접근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또 국가유공자 및 자손들에 대한 처우 문제에 대해 "여론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하지만, 타 행정부처들이 아직도 보훈처 사업을 '몇몇 유공자에게 예산을 떼 줘야 하는 소비적 사업'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보훈처장으로 재직하던 2010년 그는 국치 100주년을 비롯 안중근의사 의거 100주년과 6ㆍ25전쟁 60주년, 4ㆍ19 혁명 50주년, 5ㆍ18민주화 운동 30주년 등 주요 국가 기념행사를 잇따라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조부와 부친에 이어 지난 6월 정부로부터 황조근정훈장을 받은 그는"재직시절 좌우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행사를 연이어 치러야 했던 게 가장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이는 우리 근ㆍ현대사 주요 사건들이 여전히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독립운동가, 참전용사, 민주화 운동가, 경찰과 소방관을 비롯한 순직 공무원 등을 동시에 지원해야 하는 보훈처의 난감한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김 전 처장은 "남남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한 우리 근대사의 뿌리를 정리하기 위해서는 남북 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만 우리 국민들의 참다운 역량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고 광복의 참다운 의미인 자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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