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사건이 조금씩 실체를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3억원의 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48) 전 새누리당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가장 큰 의문은 '포럼부산비전' 활동 등을 통해 평소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현영희(61) 새누리당 의원과 현기환(53)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직접 돈을 주고 받지 않고 굳이 조씨를 통한 이유는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배달사고'나 포상금을 노린 신고의 위험성이 있는데도 현 의원은 조씨를 서울까지 보내 돈을 전달하려 했다.
조씨는 2010년 현 의원이 부산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했을 때 선거 캠프에서 조직원 관리 역할을 맡았다. 부산지검 공안부(부장 이태승)는 13일 조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조씨는 부산시교육감 선거 때부터 현 의원의 남편 임수복씨로부터 수시로 용돈을 받아 썼다"고 주장했다. 모두 현 의원이 조씨를 믿고 돈 전달이라는 중책을 맡겼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씨는 현 전 의원과도 2004년부터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의원은 "2008년 이후로 조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 수사를 통해 두 사람이 올해 초부터 수십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짓임이 드러났다. 조씨가 이처럼 현 의원 및 현 전 의원 양측에 두루 선을 대고 있었기 때문에 돈 전달자로서는 조씨가 제격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의 제보자인 현 의원의 전 비서 정동근(37)씨의 주장대로 현 전 의원이 3억원의 최종 목적지였다면, 현 전 의원은 신뢰할 수 없는 이들로부터 돈을 받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조씨를 이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조씨는 현 의원 외에도 다수로부터 공천 청탁 명목의 뒷돈을 받아챙기는 '장사'를 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4ㆍ11총선 공천 시기 조씨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다는 한 후보 선거캠프 관계자는 "당시 조씨는 자신을 '현기환 의원의 정책실무자'로 소개하면서 공천에 힘써 줄 테니 1억~2억의 돈을 내라고 해 거절했다"고 전했다. 조씨가 3월15일 정동근씨를 만나 3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뒤 "알아서 할 테니 가 보라"고 했다는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씨는 현 의원 외 다른 공천 희망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뒤 같은 식으로 일처리를 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검찰은 일단 조씨의 혐의에 대해 현 의원으로부터 공천에 힘써달라는 청탁을 받고 3억원을 받은 혐의만 적용한 상태지만, 향후 수사를 통해 조씨가 돈의 최종 목적지인지 중간 전달책인지 가릴 방침이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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