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카드를 너무 쉽게 꺼내 든 측면이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12일 이렇게 평가했다. 향후 독도 영유권 문제가 악화할 경우에 대비한 전략적 고려가 부족한 상태에서 오히려 일본이 역공으로 나올 수 있는 빌미만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일본은 독도가 자국의 영토라고 끊임없이 주장하면서도 실제 정부가 이와 관련된 행동에 나선 적은 드물다.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한국을 상대로 일본 정부가 나서기에는 여러모로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일본은 2006년 독도 근해의 해양탐사 계획을 중도 포기했고 독도에 들어가려는 일본 우익인사들도 날씨 등의 이유에 따라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다.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도 1965년 수교 이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 인사들이 수시로 망언을 내뱉지만 이어지는 후속 조치는 딱히 없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한일 양국간에는 지금의 상황이 유지되는 한 독도 문제로 상대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다는 일종의 암묵적 합의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수권자의 독도 방문이라는 초강수로 이 같은 묵계가 깨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정부가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한국을 압박하며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국제사회에 각인시킬 수 있는 공간이 새롭게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지만 실제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외교라인의 판단이 대통령 결정의 전부가 아니었다"고 말해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놓고 정부 부처간 이견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만일 일본 측이 유엔 해양법 협약상 '분쟁의 강제적 해결 절차'를 원용해 중재 절차에 회부할 경우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상대국이 거부하면 법적 절차가 중단되는 ICJ와 달리 해양법 협약은 한쪽 당사국의 신청만으로 재판이 시작된다.
이에 따라 외교부가 이 같은 분쟁과 관련한 재판에 대비해 법적 논리를 충실하게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김찬규 경희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ICJ 제소를 거부하는 것만으로 안심할 때가 아니다"면서 "지금이라도 국제 재판에 대한 대비책을 충실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독도의 환경 보호, 시설 현대화 등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일본의 향후 대응과 상관없이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점을 대내외에 명확히 알리자는 것이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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