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모 성형외과 여직원 A(30)씨는 2009년 같은 병원 행정직 조모(41) 부원장에게 "사귀자"는 고백을 받았다. 조씨는 "이혼해 혼자 살고, 원래 의사라 곧 병원을 따로 차려 돈도 많이 벌 것"이라며 A씨의 환심을 샀다. 병원의 다른 직원들 역시 조씨를 의사로 여기고 대접하던 터라 결혼적령기였던 A씨는 조씨에게 쉽게 마음을 빼앗겼다.
"곧 결혼하자. 결혼식장도 예약했다"는 조씨의 말에 집에 인사까지 시켰지만 예비신부의 장밋빛 꿈은 오래가지 않았다. 문의 차 결혼식장에 전화를 걸었다가 예약사실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조씨는 그 사이 A씨 어머니에게 "새 병원을 차리려는데 현금이 조금 부족하다. 장모님이 결혼자금으로 생각하고 마련해달라"며 3번에 걸쳐 8,000만원을 받아간 상태였다. A씨가 경위를 따지자 조씨는 연락을 끊고 사라졌고, 약혼자의 잠적에 전전긍긍하던 A씨는 올 초 사기 혐의로 검찰에 조씨를 고소했다.
검찰 조사 결과, 조씨는 2003년 전처와 재결합한 상태로 A씨를 사귀어 왔고 혼인빙자간음, 사기 등 전과가 20회에 달했다. 또 제약회사 남성 영업사원 B(29)씨에게도 납품을 미끼로 20회에 걸쳐 6,00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아 고소된 상태였다. 지난 6일 전처의 주거지에서 체포된 조씨는 검찰 조사에서 범행동기를 묻는 질문에 "강남 병원 의사와 직원 50~60%는 다 연애를 한다"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재훈)는 10일 조씨를 사기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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