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횡단열차 역사 대장정'이 12일 시작됐다. 독립유공자 가족과 다문화가정 자녀 등 33명이 참가하는 대장정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한 뒤, 시베리아 횡단열차로 갈아타고 모스크바에 도착하기까지 러시아 대륙 9,288㎞를 가로지른 다음 22일 귀국하는 총 10박11일의 여정이다.
한국일보가 올해 창간 58주년과 지령 2만호 발행을 기념, 광복 67주년을 앞두고 마련한 '시베리아 횡단열차 역사 대장정'은 여성가족부와 국제한민족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국가보훈처가 후원한다.
대장정의 길은 1907년 제국주의 일본이 강제한 을사늑약이 무효임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이준 열사가 달렸던 길이다. 1910년대 이후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총리를 지낸 이동휘 선생과 신채호 선생 등 애국지사들이 거주해 '독립운동의 성지'로 불렸던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의 유적이 남아있는 곳이며, 1930년대에는 일제의 압제를 피해 러시아로 갔던 한인들이 스탈린의 탄압으로 강제 이주를 떠나야 했던 수난의 길이기도 하다.
일본이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려는 노골적 움직임을 보이는 시점에서 이번 대장정은 제국주의에 온몸으로 저항했던 애국선열의 결기와 영토 수호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일보는 대장정 참가자들을 3ㆍ1운동 민족대표 33인의 숫자에 맞춰 33명으로 구성했다. 선조들이 이 길을 달렸던 독립유공자 가족, 그리고 앞으로 이 땅에서 함께 살아나갈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동참했다. 만주에서 일제에 맞서 유격대 활동을 했던 독립운동가 이대산(89) 선생 가족은 아들 이은일(57) 인하대 겸임교수, 손자 이선주(17ㆍ용산고2)군 3대가 참가했다. 최연소 참가자인 김현웅(13ㆍ문성중1)군, 어머니가 일본인인 한승규(15ㆍ염광중3)군 등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참가 의미도 각별하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독립운동의 유적과 선조들의 정신을 되새기고 미래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열차 이동 도중에는 러시아 국립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 이창주 석좌교수 등의 '열차 특강'이 진행된다. 이은일 교수는 "독립을 위해 싸운 선조들의 강인함을 다음 세대들도 본받기 바라는마음"이라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과 함께 우리 근대사의 무대를 방문하게 돼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블라디브스토크=김지은기자 lun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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