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새벽 1시30분쯤 서울 여의도 윤중로에서 124㏄오토바이 3대를 나눠 탄 이모(18)군 등 6명은 굉음을 내며 질주했다. 차선을 이리저리 차선을 옮기며 중앙선을 침범하고, 신호를 무시하며 용산전자상가를 거쳐 한남동에 이르러서야 일반 승용차를 타고 점검활동을 하던 경찰에 붙잡혔다. 도로교통법위반(공동위험행위)으로 입건된 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위협을 가하는 게 재미있고, 호기심으로 그랬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이 올 1월부터 현재까지 검거한 서울시내 폭주족 226명 중 50%가 넘는 121명이 영등포 일대에서 붙잡혔다. 바로 마포대표 남단 윤중로가 폭주족 집결지기 때문이다. 벚꽃거리로 유명한 윤중로는 국회의사당을 끼고 있는 4~6차선 도로다. 이 곳에서 폭주족들이 오토바이 2~5대를 끌고 다니며 굉음을 내고 다른 차량의 진행을 방해하는 경우가 한 달에 20여건에 달할 정도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폭주족들 사이에 윤중로에서 폭주행위를 해야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다"며 "강화도 김포, 인천 부평이나 계양 등에서도 원정을 와 인증샷을 찍는다"고 말했다. 3ㆍ1절이나 8ㆍ15 광복절 등 기념일에는 오후 10시에서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수 십대가 출현, 경찰과 숨바꼭질을 할 정도다. 자연히 주민민원도 끊이질 않는다.
경찰이 이런 윤중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특단의 대책을 마련했다. 영등포경찰서는 광복절을 앞두고 마포대교 남단에 전국 최초로 폭주족 단속 전용 CCTV를 설치, 13일부터 운영키로 했다. 영등포서 내 교통정보센터에 CCTV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직원을 두고, 오토바이가 몰려다니거나 차로를 막아 교통에 불편을 초래하는 장면이 나타나면 단속반이나 순찰차에 즉각 출동명령을 내려 신속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CCTV에 저장된 영상자료는 증거자료로 활용된다. 영등포서 김문선 팀장은 "CCTV 카메라가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고 해상도에 줌 기능도 갖추고 있어 오토바이 번호판을 제대로 식별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지방청에나 있는 폭주족 단속 전담 태스크포스(TF)도 꾸려 112신고사건 분석, 집결지 주민 탐문과 피해자 구증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윤중로 인접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출입구에 '오토바이 통행제한' 표지판을 전면 설치하고, 이를 어길 경우 범칙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김홍주 서울청 폭주족수사팀장은 "윤중로와 함께 폭주족 집결지인 청담대교 북단 뚝섬유원지는 '오토바이 통행제한' 표지판을 설치한 뒤 폭주족 출현율이 90%이상 감소했다"며 "여의도 한강시민공원도 운동하는 시민과 행락객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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