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7ㆍ아스널)이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맞았다. 움츠렸던 어깨를 오랜만에 활짝 폈다.
11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카디프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2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ㆍ4위 결정전에서 박주영은 전반 38분 선제 결승골을 터트렸다. 문자 그대로 천금의 골. 그라운드 위의 선수, 벤치의 코칭 스태프, 밀레니엄 스타디움 관중석의 응원단, 뜬 눈으로 밤을 새며 TV 앞을 지키던 국민들까지, 박주영의 발 끝을 떠난 볼이 골 네트를 흔드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 후반 12분 구자철(23ㆍ아우크스부르크)의 추가골까지 터지며 한국은 2-0으로 승리, 올림픽 출전 사상 첫 메달 획득의 새 역사를 만들어냈다.
박주영의 얼굴에도 오래간만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승리의 훈장'처럼 얼굴에 반창고를 붙인 채 웃고 또 웃었다. 드리워져 있던 그늘이 자취를 감췄다. 2005년 네덜란드 청소년 월드컵(20세 이하)을 시작으로 세계 무대에 도전한지 7년, 처음으로 국제 대회에서 '해피 엔딩'을 맞았다.
박주영은 월드컵과 올림픽 등 국제 무대에 나설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2차전(2-1) 선제골 외에는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체력이 고갈돼 브라질과의 준결승전(0-3)에는 선발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그러나 전세계가 주목한 일본전에서 결정타를 작렬했다. 박주영이 국제 대회에서 결승골을 터트린 것은 처음이다.
마음의 짐도 벗어 던졌다. 지난해 8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축구 대표팀 한일전에서 한국은 0-3으로 참패했다. 부진했던 박주영이 대패의 주범으로 몰렸다. 같은 해 9월 아스널로 이적한 후에는 철저히 벤치에 머물렀다. 지난 4월에는 병역 기피 논란으로 홍역을 치르며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박주영은 운명의 한일전에서 이 모든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일본에 설욕했고 병역 기피 논란도 스스로 잠재웠다. 이적 시장에서의 가치도 치솟을 전망이다.
고진감래라고 했다. 박주영의 런던올림픽 결말이 이와 같다. 그간 어깨를 짓눌렀던 부담을 벗어 던진 박주영이 '한국 축구의 간판'으로 높이 비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 목표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다. 박주영은 다음달 우즈베키스탄 원정 경기를 앞두고 소집되는 '최강희호'에 재승선할 전망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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