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우(23ㆍ부산)의 '독도 세리머니' 논란이 뜨겁다.
미드필더 박종우는 11일(한국시간) 열린 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3ㆍ4위전에서 숙적 일본을 꺾은 뒤 팬이 던져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운동장을 돌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독도 세리머니가 찍힌 사진을 보고 대한체육회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IOC는 또한 메달 수여식 참석 불가를 통보해 박종우는 시상식이 열린 웸블리 경기장까지 갔지만 시상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결국 박종우를 제외한 나머지 17명의 올림픽 축구 대표선수들만 동메달을 받고 귀국했고, 박종우는 12일 인천공항에서 열린 해단식에도 불참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IOC의 박종우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인데 공식석상에서 박종우가 인터뷰를 통해 생각을 밝히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불참배경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IOC의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를 상대로 접촉할 예정"이라며 "박종우가 자신의 행동이 의도와 다르게 비춰지고 논란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는 IOC 올림픽 헌장과 FIFA 규정에 어긋나는 행위다. IOC의 올림픽 헌장 50조는 '어떤 종류의 시위나 정치적 종교적 또는 인종차별적인 선전도 금지한다'고 명시했고, FIFA 규정도 마찬가지다. 박종우는 동메달을 딴 뒤 흥분한 나머지 별 생각 없이 팬이 던져준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글을 들고 말았다. 축구협회 관계자가 급히 말렸지만 이미 사진이 찍힌 뒤였다. 이 같은 명백한 증거가 있기 때문에 박종우가 징계를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수는 일본의 반응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는 등 예민한 시점에서 독도 세리머니가 나와 일본이 심각히 받아들였고 IOC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IOC와 FIFA에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일본의 입김에 따라 징계 수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주문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박종우의 독도 세리머니와 가장 비슷한 전례는 '백두산 세리머니'. 2007년 창춘 동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여자 3,000m에서 한국 대표들이 중국의 '장백산' 홍보에 항의하는 뜻으로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세리머니를 펼친 바 있다. 중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우리 선수들은 다행히 경고 조치로 마무리됐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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