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특파원 칼럼] 스윙 정치인 찾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특파원 칼럼] 스윙 정치인 찾기

입력
2012.08.12 12:09
0 0

미국 정치가 한국 정치를 닮아 가는 듯하다. 4년 전 민주당은 대선후보 가운데 중도성향의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 왼쪽에 있는 버락 오바마를 선택했다. 2년 전에는 보수세력 가운데 강경 우익으로 분류되는 보수유권자운동 티파티의 활약으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했다. 양극화된 정치판에서 진행되는 이번 11월 대선을 앞두고는 계급전쟁, 문화전쟁 같은 격한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민주주의 축제라는 선거가 후진국에서처럼 이념투쟁과 갈등을 확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보수, 수구와 진보, 개혁이 부딪히면서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고 국민이 뒷전으로 밀리는 모습 역시 미국이라고 예외가 아닌 듯싶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가끔 합의해 가결하면, 그것이 결의안일지라도 초당적 합의란 제목의 뉴스가 되는 상황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의회는 민생의 걸림돌로 비난 받고 있다. 일례로 연방하원은 1930년대 중서부의 대 가뭄을 칭하는 '더스트볼' 이후 최악의 가뭄사태에도 불구하고 농가지원이 포함된 농장법을 처리하지 않은 채 휴가를 가버렸다. 그 사이 상원에서 통과되지 않을게 뻔한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 법안은 보수표 집결을 겨냥해 30번 이상 가결시켰다. 지금 5주간의 긴 휴가를 즐기고 있는 의원들은 9월 중순에 잠시 개회할 예정이지만 11월 대선까지는 이런 휴업 상태를 계속할 것이란 예상이다. 대통령까지 각 주를 찾아 다니며 선거유세를 하면서 요즘 워싱턴의 시계는 사실상 멈춰 서 있다. 국제사회에서 막강한 미국의 역할과 위상을 생각한다면 세계 모든 현안 논의가 중단됐다고 할 수 있다. 북한 문제를 비롯한 외교 사안들도 선거의 변수가 되지 않도록 하는 관리 모드로 전환된 셈이다.

미국 정치의 또 다른 위기는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스윙보트를 해온 균형자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파국적 정치 상황이 다가오면 출현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곤 했다. 대표적인 균형자 중 한 사람이 보수의 배신자로 비난 받으면서 스윙판결을 해온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었다. 그가 다시 보수로 회귀하자 이번에는 보수성향의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스윙 대법관으로 출현했다. 의회에서 스윙정치인은 무소속인 조셉 리버만 상원의원이 꼽힌다. 가장 보수적인 민주당 정치인으로 평가됐던 그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도 적극 지지했다. 민주당은 공화당 정치인보다 더 보수적이란 비판을 가하며 2006년 당 예비경선에서 그를 낙선시켜 버렸다. 그러나 리버만 의원은 당적을 버리지 않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스윙보트의 역할을 지속했다. 2008년 대선에서는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을 지지하고 전당대회에 참석해 지지연설까지 했다. 매케인 후보도 그를 러닝메이트(부통령) 1순위 후보로 고려했고, 나중에는 예비내각 구성 때 그를 국무장관에 올려 놓았다. 2000년 민주당 대선후보인 앨 고어가 리버만 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지명했던 사실에 비춰보면 변절에 가까웠다. 민주당은 이번에는 리버만 의원을 당적을 파내려 했으나 오바마 대통령이 나서 균형자에 대한 보복을 철회했다. 상원 다수당 지도자인 민주당 해리 리드도 "리버만 의원의 행태에 화가 나지만 국가적으로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살펴보면, 서로 화합 때라고 말해야 한다"며 그에게 국토안보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내줬다. 이미지 정치나 대중정치에 능하지 못한 대표적인 정치인 리버만 의원의 정치행보가 이해, 이념보다는 소신에 따른 것이란 점을 누구보다 동료 정치인들이 인정한 것이다. 스스로를 국내 정책은 민주당, 외교ㆍ국방정책은 공화당을 따르는 진정한 무소속이라고 평가했던 그가 올해를 끝으로 정치를 떠난다. 또 다른 미국 정치의 위기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미 정치의 균형자가 나타날지 주목되고 있다.

이태규 워싱턴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