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이름은 예보의 혼동을 막으려 짓기 시작했다. 한번 발생한 태풍은 1주일 이상 지속되기 때문에 같은 지역에 태풍 여러 개가 있으면 정확한 예보를 하기 힘들다. 1999년까지 북서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태풍의 이름 짓기는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의 몫이었다. 그러다 2000년부터 이 지역 14개국이 제출한 고유 명칭을 태풍 이름에 붙인다. 태풍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태풍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의 이름 후보는 모두 140개. 국가별로 10개씩 제출했다. 이들 이름은 28개씩 5개조로 나뉘어 있고, 1조부터 5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용된다. 140개 이름을 모두 붙이면 1조부터 다시 돈다. 태풍 이름이 한 번 순환하는데 대략 4,5년이 걸린다.
한국은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 등 10개 단어를 태풍 이름으로 냈다. 제12호 태풍 기러기는 북한이 제출한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뜻도 제 각각이다. 중국에 상륙해 피해를 키운 제11호 태풍 하이쿠이는 중국어로 말미잘, 제 10호 태풍 담레이는 캄보디아어로 코끼리란 의미다. 독특한 이름도 있는데 중국이 제출한 우쿵은 손오공, 마카오가 제출한 버빙카는 우유 푸딩, 필리핀이 낸 하구핏은 채찍질을 뜻한다.
그렇다고 태풍 이름이 고정된 것은 아니다. 매년 개최되는 태풍위원회 총회에선 큰 피해를 입힌 태풍 이름을 퇴출시킨다. 그와 같은 피해가 다시는 없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퇴출된 태풍 이름은 모두 24개. 한국이 제출한 '나비'는 2005년 일본을 강타해 엄청난 재해를 일으켜 '독수리'란 이름으로 대체됐다. 2002년과 2003년 국내에 상륙해 큰 재산피해를 낸 루사, 매미 역시 각각 누리와 무지개란 이름으로 바뀌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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