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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고통 태풍 저지… 북태평양 고기압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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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고통 태풍 저지… 북태평양 고기압 '두 얼굴'

입력
2012.08.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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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에만 벌써 14명이 숨졌다. 전국에서 가축 100만 마리가 폐사했다. 우리나라를 강타한 폭염 탓이다. 서울에선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나들며 10일 넘게 열대야가 이어졌다. 이러한 현상의 중심에는 한반도 상공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있다. 제11호 태풍 '하이쿠이'도 이 고기압 띠에 막혀 한반도를 비켜갔다. 한반도에 태풍 피해가 없어서 좋기는 하지만 대신 가뭄 피해가 크고, 고기압 띠가 물러날 즈음 중위도 지역에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에 내린 비는 평균 7.6㎜. 같은 기간 평년 강수량(128.8㎜)의 5.9% 수준이다. 기상청 가뭄판단지수는 남해안과 영남ㆍ충청 내륙, 경기ㆍ강원 북부 등에서 4단계 중 가장 심각한 '매우 위험'을 가리켰다. 다행히 하이쿠이의 영향으로 비가 내렸으나 가뭄을 해갈하기엔 부족하다.

태풍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태평양 고기압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다면 올해 국내 태풍피해가 매우 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기록적인 폭염을 불러온 북태평양 고기압이 아이러니컬하게도 태풍으로부터 한반도를 지켜줬단 얘기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하이쿠이의 초기 이동 경로는 태풍 루사와 비슷했다"면서 "중간급 태풍이지만 계속 성장세였기 때문에 고기압 장벽에 막히지 않았다면 대한해협을 타고 올라와 루사에 버금갈 만한 피해를 한반도에 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풍 발생 초기 기상예보관과 관련 내용을 논의를 하면서 걱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루사는 2002년 8월 30일부터 이틀간 한반도에 엄청난 피해를 남긴 태풍. 약 9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246명이 사망ㆍ실종됐다. 재산피해액은 5조1,479억원으로 역대 태풍 중 가장 큰 손실을 입혔다. 한반도를 비껴가 중국 동부연안에 상륙한 하이쿠이는 중국 저장(浙江)성에서만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 이상의 재산피해를 냈다.

문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에서 물러나는 13일 이후다. 초속 17m 이상인 열대성 저기압 태풍은 원래 북위 5~20도,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인 바다에서 발달한다. 한반도로 향하는 태풍은 타이완 남쪽에 위치한 필리핀 해협에서 주로 생긴다.

그런데 저위도 지역에서 생기던 태풍이 최근엔 중위도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령 제12호 태풍 기러기는 북위 31.4도, 제11호 태풍 하이쿠이는 북위 22.4도, 제10호 태풍 담레이는 북위 25.7도, 제7호 태풍 카눈은 북위 24.2도에서 발생했다. 허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중위도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탓에 이곳에서 태풍이 발생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며 "총 쏠 때 과녁이 근거리에 있으면 맞히기 쉬운 것처럼 한반도 가까이에서 태풍이 발생하면 그만큼 한반도에 상륙할 확률도, 피해도 커진다"고 했다.

태풍은 수증기를 많이 머금을수록 강해진다. 저위도에서 생긴 태풍이 북상하다가 세력이 약해지는 건 중위도 지역의 해수 온도가 낮아 에너지원인 수증기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서다. 저위도에서 발생한 대형 태풍이 이동하면서 소멸 과정에 접어들어 중위도에선 원래 규모 이하로 줄어든단 얘기다. 이와 달리 애초에 중위도에서 생긴 태풍은 성장하면서 북상하는 경우가 많다. 허 교수는 "중위도 태풍이 발생 초기 규모는 작아도 성장 과정에서 한반도에 상륙한다면 오히려 저위도 태풍보다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가태풍센터는 올해 1~7월까지 평년(7.6개)보다 많은 10개의 태풍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정상부 국가태풍센터 주무관은 "열대 해상에서 구름이 활발히 발달하는 등 대류운동이 활발해 예년보다 태풍이 많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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