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잘 싸웠다. 온 몸이 성한 데가 없고, 에이스가 빠졌지만 있는 힘껏 코트를 누볐다. 그러나 이미 몸은 지칠 대로 지쳐있어 마음처럼 몸이 움직이질 못했다. 결국 한국은 빠른 속공과 체력의 우위를 점한 노르웨이에 결승 티켓을 내줬다.
한국은 10일 오전(한국시간) 런던의 바스켓볼 아레나에서 열린 런던올림픽 여자 핸드볼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에서 25-31로 졌다. 이로써 한국은 4년 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하는데 실패했다. 선수들은 억울하고 분한 마음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침울한 라커룸 분위기. 강재원 대표팀 감독이 입을 열었다. 강 감독은 "우는 선수는 비행기 태워서 집에 보내겠다"며 "준결승이 다가 아니기 때문에 울지 말고 웃어라"고 강한 정신력을 주문했다.
한국의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12일 스페인과 동메달 결정전을 남겨 놓고 있다. 강 감독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선수들을 다그치면서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걸면 한국 여자 핸드볼은 3회 연속 메달 사냥에 성공한다. 2004 아테네올림픽과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강 감독은 "올림픽에서 3위와 4위의 차이가 크다"며 "부상자가 많아 교체할 선수도 없지만 동메달은 꼭 따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은 우선희(34∙삼척시청)는 "이번 대회가 마지막 올림픽인데 후배들이 태릉에서 훈련할 때보다 런던에서 더 잘 뛰어주고 있어 너무 고맙다"며 "다 함께 고생한 만큼 남은 3∙4위전까지 열심히 해 동메달을 목에 걸 수 있도록 마무리를 잘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동메달 결정전 상대 스페인은 세계 랭킹 16위로 한국(8위)보다 아래다. 한국은 앞선 조별 예선 첫 경기에서 스페인을 만나 31-27로 이겼다. 그러나 그 때 당시와 현재의 한국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김온아(인천시체육회)와 정유라(대구시청), 심해인(삼척시청)이 부상으로 경기에 뛸 수 없고 유은희(인천시체육회), 정지해(삼척시청) 등 남은 자원들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또 하루 밖에 쉬지 못한 채 다시 경기를 뛰어야 하는 체력 부담도 뒤따른다. 한국이 믿을 건 정신력 뿐이다.
한국과 스페인의 마지막 승부는 12일 오전 1시 바스켓볼 아레나에서 열린다.
런던=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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