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대선 주자들의 책이 쏟아진다. 역대 대선주자들도 그랬고 연말 18대 대선을 앞둔 지금도 여야의 여러 주자들이 책 출간에 힘 쏟고 있다.
자신이 살아온 삶의 궤적이나 비전, 정책 방향 등을 담은 책들을 내면서 대선 출정식을 겸한 '출판기념회'나 '북 콘서트'를 열곤 한다. 이 때문에 '출판 정치' '책 정치'라는 말도 나왔다.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경기지사와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ㆍ손학규 상임고문 등 5명의 주자가 모두 책을 내면서 긍정적 이미지를 부각하는 데 톡톡히 활용하고 있다. 특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최근 이란 책 출간을 계기로 본격적인 장외 행보에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에는 책을 내지 않았지만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자서전을 낸 바 있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은 등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은 라는 자서전으로 대선 과정에서 긍정적 효과를 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다양한 형태의 책을 내는 것은 일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최대한 자신의 장점을 알리고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대선 후보로선 책을 활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한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그것도 잘 포장해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을 통한 유권자 어필은 매력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후보들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도 순기능이다.
하지만 문제점이 적지 않다. 책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본인이 직접 쓰지 않고 사실상 대필 방식으로 출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더구나 홍보가 목적이라 후보자와 관련된 이야기가 미화될 소지가 많다. 또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이 다분히 포함돼 있어 자칫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출판기념회가 편법 정치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도 문제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책값 명목으로 거금을 내는 게 관행화 돼 있어 또 다른 로비 창구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때문에 출판기념회를 통해 정치자금을 모금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대선주자들과 관련된 책에 쓰여진 내용 만으로는 그 사람을 분별하거나 검증하기가 어렵다"며 "정책과 정치 행위를 통해 대중에게 인정받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 본연의 입장이라고 볼 때 출마를 앞둔 후보들의 책 출간 붐이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철학·인생역정·인간미 대변 책은 '소리 없는 선거 보좌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007년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자신의 첫 자서전 를 출간했다. 그는 여기서 '인간 박근혜'가 걸어온 삶의 궤적과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던 진솔한 얘기들을 담아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켜보면서 지낸 10대 시절부터 프랑스 유학 중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학자의 꿈을 접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맡았던 20대, 청와대를 나온 뒤 부모에 대한 세간의 오해와 비판 속에서 지내야 했던 30대, 그리고 40대에 정치인이 되고 난파선 같던 한나라당을 일으켜 세운 50대까지 박 전 위원장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청와대에서 나왔을 당시 아버지와 가장 가까이 있던 사람들조차 싸늘하게 변해가는 현실은 나에게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고 토로하는 등 청와대에서 나온 뒤 겪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실망감 등도 여과 없이 보여줬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의 일기를 모은 (1993년)을 비롯해 모두 6권의 책을 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15대 총선을 통해 정치권에 입문할 즈음인 1995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11권의 책을 출간했다. 김 지사는 대선 후보 경선 참여를 결정한 뒤인 지난달 20일 , , 등 3권을 한꺼번에 내면서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김 지사는 이 3권의 책에 경기지사로서의 도정 철학과 그간의 성과, 그리고 자신의 삶의 태도와 정치철학, 리더십 등을 담았다.
경남지사를 지낸 김태호 의원은 2004년 지자체장으로서 체험한 지방자치의 현실과 모순, 그리고 이론적 대안을 제시한 를 펴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대선출마 선언을 앞둔 지난 2월 8년간 인천 시정을 운영하면서 겪었던 경험을 담은 를 출간했다.
야권 후보들도 일제히 저서를 통해 국정운영 비전은 물론 사실상의 대선 공약을 선보이는 '출판정치'에 나섰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은 최근 을 선보였다. 참여정부를 포함한 민주정부 10년의 국정 운영 경험을 성찰하고 정권 교체 이후 국가운영 전략과 정책 우선적 과제를 설명한 국가 운영 정책 보고서다.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복지정책, 검찰개혁, 지방균형발전, 일자리 창출 방안과 노사관계, 남북문제 등 중요 분야에 대해 비교적 구체적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앞서 문 고문은 지난해 6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한 30년을 담담하게 풀어낸 을 출간했고, 조만간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다양한 사진과 함께 담아낸 를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지난달 비정규직, 일자리, 중소기업, 골목 자영업자 등 경제민주화를 키워드로 한 저서 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와 함께 특히 공동체 시장경제를 강조했다. 정의(재벌개혁ㆍ상생경제ㆍ노동개혁), 복지(보편복지ㆍ생활복지ㆍ일자리복지), 진보적 성장(균형성장ㆍ혁신성장ㆍ평화성장)에 기초한 우리 경제의 발전모델을 제시한 것이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면서 '신자유주의시대, 다른 세상을 꿈꾼다'는 부제를 단 를 내놓았다. 김 전 지사는 개혁 진영을 통합하고 기득권층까지 포용해 빈곤ㆍ실업 문제를 해결한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을 롤 모델로 내세웠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지난해 말 를 선보였다. 서민ㆍ중산층을 잘 살게 해 그 힘이 분수처럼 솟아오르도록 해야 전체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낙수경제론(Trickle Down Effect)에 대비되는 정 고문의 경제철학이 녹아 있다.
이밖에 아직도 장외에 머물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지난달 을 출간하며 정치권 진입에 대한 뜻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국정 각 분야의 개혁과제와 한국사회의 진로에 대한 고민 등을 담았다. '우리가 원하는 대한민국의 미래 지도'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안 원장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지난달 19일 발간 직후부터 곧바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섰다.
안 원장은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확대, 조세정의 실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고위공직자수사처 신설, 비정규직 차별 철폐, 원전 축소 및 재생에너지 확대, 남북평화 정착 등 자신의 국정 운영 구상을 정의ㆍ복지ㆍ평화 등 3가지 키워드로 묶어 제시했다. 한마디로 '평화를 전제로 한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신정훈기자 hoon@hk.co.kr
■ 역대 대선주자들과 책
역대 대선주자들은 대선이 있는 해에 왕성한 저술 능력을 과시했다. 일례로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1992년 14대 대선에서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그 해에만 무려 5권의 책을 내놓았다. 대선주자들의 책에는 주로 가족사를 소개하면서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하거나 특정 분야에 대한 식견을 밝혀 정책 전문가나 리더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기 위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대선이 있는 해에 열리는 유력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대선 출마선언 행사로 인식되는 게 대부분이다.
87년 13대 대선 당시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는 자신의 대선 슬로건을 딴 <위대한 보통사람들의 시대> 라는 책을 출간했다.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는 <정직과 진실이 승리하는 사회> ,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민족의 새벽을 바라보며> 를 발간하며 민주화운동 경력을 강조, 군 출신인 노 후보와 차별화를 꾀했다. 민족의> 정직과> 위대한>
92년 14대 대선에선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는 <2000 신한국>과 <나의 정치비망록: 민주화와 의정 40년> 을,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84년에 출간한 <김대중 옥중서신> 의 개정판을 비롯해 <사랑하는 젊은이들에게> 등을 내놓으며 경쟁했다. 사랑하는> 김대중> 나의>
97년 15대 대선에선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는 경제에 대한 자신의 식견을 담은 <대중참여경제론> 과 <21세기 시민경제이야기>을 펴냈다.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는 자전적 에세이 <아름다운 원칙: 이회창의 삶과 세상이야기> 와 <21세기 정치 지도자의 역할과 나의 비전>을 내놓았다. 아름다운> 대중참여경제론>
2002년 16대 대선에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여보, 나 좀 도와줘> 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솔직하게 드러내 대중적 호감을 얻었고, <노무현: 상식 혹은 희망> ,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 에선 자신의 정치 철학을 밝혔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5년 전에 출간한 <아름다운 원칙> 개정판을 내는데 그쳤다. 아름다운> 노무현의> 노무현:> 여보,>
17대 대선에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2005년에 펴낸 <청계천은 미래로 흐른다> 개정판을 포함, <흔들리지 않는 약속> , <온몸으로 부딪쳐라> 등을 내고 서울시장 재직 시 청계천 복원과 서울 숲 조성사업을 추진하면서 보여준 리더십을 강조했다. 또 어머니의 삶을 다룬 <어머니> 는 출간 후 50여일 만에 2만부 이상 판매되며 대중의 호응을 얻었다. 어머니> 온몸으로> 흔들리지> 청계천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과 <중산층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를 펴내고 통일부 장관 때 추진한 개성공단 등을 통한 한반도 공동번영을 강조하는 등 역대 대선에서 여야 주자들은 책 출간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 홍보에 주력해왔다. 중산층> 개성역에서>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 대선주자 책 저자는 따로 있다?
대선을 앞두고 속속 나오는 대선주자들의 저서들은 후보 본인의 집필이라기 보다 보좌 실무진과 집필 작가 등의 공조로 이뤄진 집단 창작의 결과물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최근 각 후보 측이 공을 들이고 있는 정책적 비전을 담는 책들은 자문 교수단까지 가세해 여러 정책적 토론과 검증 과정을 거쳐서 세상에 나온다.
정치인들이 내는 저서의 대부분은 자신의 정치 인생을 대중적으로 풀어 쓴 에세이 형태의 책이다. 이 경우 보좌진이 자료를 수집하고 정치인이 구술한 것을 바탕으로 대필 작가가 집필한 뒤 정치인이 최종적으로 검토해서 내는 게 일반적이다.
요즘은 전문 대필작가를 거치지 않고 기자 출신 참모진이 쓰거나 보좌진이 원고를 다듬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지난해 펴낸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 은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문 후보의 원고를 정리하며 집필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한다. 문재인의>
민주당 김두관 후보가 대선 출마에 맞춰 낸 자서전 <아래에서부터> 는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정지환 기자가 김 후보의 구술 등을 바탕으로 정리했다. 정 기자는 김 후보의 이전 책 <김두관의 지방자치 이야기> <남해군수 번지점프를 하다> 등에서도 공저자로 이름을 올리며 오랜 인연을 맺었다. 남해군수> 김두관의> 아래에서부터>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가 최근 낸 <김문수가 말한다> , 같은 당 안상수 후보가 올 초에 낸 <안상수의 혼이 담긴 인천이야기> 는 실무 보좌진이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후보자가 초안을 쓴 뒤 보좌진이 이를 다시 다듬는 과정을 거쳤다고 전해진다. 안상수의> 김문수가>
에세이와 달리 본격적인 정책 저서인 경우는 아무래도 글 솜씨 보다는 정책 내용이 중요하다 보니 정책 전문가의 감수와 후보자 본인의 소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지난달 초 펴낸 <저녁이 있는 삶> 은 손 후보가 지난 1년여간 씽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에서 매 주말마다 자문 교수단과 공부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당시 토론 내용을 자문교수단의 감수를 거쳐 손낙구 보좌관이 정리해 초고를 만든 뒤 손 후보가 수정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초고의 20% 정도만 남을 정도로 손 후보가 상당한 손질을 하며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저녁이>
같은 당 정세균 후보가 지난해 말에 낸 <99%를 위한 분수경제>도 경제 분야 자문 교수들과 토론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책인데, 후보 본인의 정책 입장을 담는 만큼 정 후보가 직접 정리했다고 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낸 <안철수의 생각> 은 정책 저서와 에세이의 중간 형태를 띤 대담집으로 기자 출신인 제정임 세명대 교수가 안 원장을 아홉 차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했다. 물론 안 원장이 탈고 마지막까지 측근들과 숙의를 거쳐 다듬었다고 한다. 안철수의>
그 동안 정치인들이 내는 책이 홍보용 에세이가 많다 보니 일반 저자와 같은 인세 계약을 따로 맺기 보다는 정치인 측이 책 제작 비용을 부담하는 자비 출판의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출판사가 책을 제작하면 일정 부수를 해당 정치인이 사들이고 책 광고 비용도 정치인 측이 부담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베스트셀러에 진입시키기 위해 출간 초기 대형 서점의 매대를 사들여 서점 출고 부수를 부풀리거나 아르바이트생을 동원한 사재기 등도 일부 동원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명 정치인의 저서나 본격적인 정책ㆍ정치 저서는 출판사측이 먼저 관심을 갖고 제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세 계약을 하기도 한다. 안 원장의 책을 낸 김영사는 안 원장과 제 교수 두 사람 몫으로 책 값의 10% 선의 인세를 주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 무늬만 책값, 사실상 후원금… 신고 의무도, 조사 근거도 없다
이번 18대 대선을 앞두고도 여야 대선 주자들의 출판기념회가 이어지고 있지만 책 값을 빙자한 자금 모금에 법적 제약이 없어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여야 대선 주자 중 최근까지 출판기념회를 연 후보는 모두 6명. 새누리당에서는 김문수 후보가,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후보와 경선 본선 진출에는 실패한 김영환 조경태 의원 등도 대선 후보 경선 도전을 앞두고 출판기념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중 북콘서트 형식의 출판기념회를 개최했던 문 후보만이 현장에 별도의 모금함을 두지 않고 출판사 측이 현장 판매대만 비치했다고 한다. 반면 나머지 후보들은 출판기념회 현장에 모금함을 비치해 책을 구입한 사람이 책값을 직접 내도록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책값으로 얼마를 냈는지 확인이 안 되기 때문에 실제 무늬만 책값일 뿐 사실상 정치후원금을 아무 제약 없이 내게 되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때도 많게는 100만원 단위까지 1억원 이상 책값으로 걷힌다"며 "의원 출판회가 이 정도인데 대선주자들의 출판기념회는 오죽 하겠느냐"고 말했다. 더구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순수한 일반 시민이 아닌 해당 대선주자의 지지자나 관련 기관ㆍ단체 관계자들이 많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금액이 오갈지는 가늠키 어렵다.
이들은 대개 현금이 들어 있는 봉투에 금액과 이름을 적어 제출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기부 행위를 알린다고 한다. 또는 결혼식 축의금처럼 봉투에 이름만 적은 뒤 방명록에 이름을 남겨 주최 측이 후에 파악할 수 있게도 한다.
이 같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적으로 출판기념회를 가장한 정치 자금 모금을 제한할 방법은 없다. 출판기념회 관련 법규는 선거일 전 90일부터 후보자의 출판기념회 개최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103조 5항이 유일하다. 출판기념회를 통해 얼마를 모금했는지 중앙선관위에 신고할 의무도 없고 설령 과도하게 책값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도 이를 조사할 근거가 전혀 없다. 정치자금법이 후원회 회계보고 등을 엄격하게 하는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출판기념회 자체를 당에서 주관하고 이를 통해 거둬들이는 수입도 당 차원에서 투명하게 공개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무분별한 정치후원금 창구의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횟수를 제한하는 방법도 언급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지만 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나 해당 정치인들이 먼저 자발적으로 나서지 않는 이상 제도 개선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출판기념회가 정치인들의 비전과 이념 등을 제시하는 장으로 활용되는 순기능도 분명 있다"며 "이런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치후원금을 투명하게 모을 수 있는 제도나 방법이 축적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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