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올림픽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수 있는 상징물은 무엇일까. 어떤 종목을 선택해야 세계에 한국 스포츠를 보다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을까 …
2012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우정사업본부 소속의 우표 전문 디자이너 김소정(42)씨의 머릿속에는 늘 이런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우표 발행의 산파나 마찬가지인 우표 디자이너의 숙명이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달 27일 런던올림픽 개막일에 맞춰 발행된 올림픽 기념 우표를 직접 디자인했다. 영국의 상징물인 빅벤과 런던 브릿지를 배경으로 세계적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한국의 수영과 양궁을 가로, 세로 각 3cm의 작은 네모에 담아낸 게 그의 '작품'이다.
시각 디자이너를 꿈꾸던 김씨가 우표 디자인 세계에 입문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숙명여대 디자인과 졸업반이던 1997년 지도 교수로부터 "우정사업본부 디자인실에서 디자이너를 모집하니 지원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우표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강하게 끌렸어요.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모든 우표를 직접 디자인하고 내가 디자인한 우표가 영구히 보존된다니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다고 생각하고 지원했었죠."
이렇게 발을 들여놓은 우표 디자이너 생활이 벌써 15년째다. 국내 우표 디자인의 총본산인 우정사업본부 우표 디자인실 6명의 디자이너 중 가장 연차가 높은 베테랑 '큰언니'다.
그에게 우표는 단순히 우편물에 붙이는 증지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우표엔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 행사뿐 아니라 되새길 만한 우리의 문화, 자연에 이르기까지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그래서 우표는 한국을 함축하는 가장 작은 예술 작품이자, 동시에 편지 봉투에 붙어 전세계에 소개되는 홍보 매체인 셈이죠."
우표 디자인실은 1년 내내 분주히 움직인다. 매년 중요한 이슈를 기념하는 25종 가량의 우표를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씨가 디자인한 우표만 총 100여 점으로 대부분이 한국의 역사ㆍ문화 유산과 관련된 것이다.
우표 디자인 제작 과정은 간단치 않다. "역사적 사실과 경험을 담아내야 하는 만큼 자료 조사와 검증, 전문가의 감수 등 여러 단계를 거쳐 디자인을 확정합니다. 우표 계획과 심의 위원 회의 등 사전 작업과 디자인 이후 검증 작업을 합치면 총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고단한 작업이죠."
공들여 만든 우표라도 국민에게 알려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일터. 김씨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스마트폰 인터넷 통신 수단에 밀려 우표가 예전만큼 사랑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우표는 이미 추억 속의 아이콘이 됐다'는 시각엔 선을 그었다. "편지의 의미가 퇴색되면서 편지에 붙이는 증지로서의 우표는 사라지겠지만 좋은 수집 대상이자 기념물로서의 우표는 살아남을 겁니다. 빈부, 학식,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우표 디자인이 존재하는 한 우표의 영역도 확고하게 자리를 지킬겁니다."
김씨가 만든 우표들은 13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12년 대한민국 우표 전시회'에서 만날 수 있다. 우표 수집가ㆍ연구가들이 출품한 작품들이 대거 전시돼 있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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