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뛸 것인가, 아니면 경기를 포기할 것인가'
만테오 미첼(25ㆍ미국)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왼쪽 다리에서 극심한 통증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 '뚝' 하고 무언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 뒤였다. 더 이상 달릴 수 없을 것 같았다. 막 포기하려는 찰나 저 멀리 자신의 바통을 기다리는 두 번째 주자의 얼굴과 땀에 젖은 손이 보였다. 미첼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자신의 절뚝거리는 다리를 독촉했다.
AP통신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런던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육상 1,600m 계주 예선경기에서 미국의 미첼이 다리가 부러지고도 200m를 달려 팀을 결선에 진출시켰다고 전했다.
계주 선수 4명 중 첫 번째 주자로 출발한 미첼이 맡은 구간은 400m. 그는 이날 컨디션도 좋았고 출발선에서 스타트도 빨랐다.
하지만 사단이 난 것은 그가 200m 지점을 지났을 때였다. 갑자기 왼쪽 다리에 감각이 없어지며 다리가 절반으로 접히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휘청거리며 그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그러나 미첼은 곧 몸을 곧추 세우고 남은 200m를 전력을 다해 달렸다.
미첼은 "(고통으로) 자리에 바로 주저 앉고 싶었다"면서도 "나만 바라보는 관중과 선수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첼은 1위로 들어온 호주의 솔로몬 스티브(19)보다 불과 0.50초 늦은 46초16의 기록으로 미국의 두 번째 주자인 멘슈 조슈아(20)에게 바통을 넘겼다. 미국은 이날 바하마와 같은 2분58초87의 예선 최고기록으로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가 끝나고 찾은 팀 의료진은 미첼의 왼쪽 종아리뼈가 완전히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다행히 복합 골절은 아니어서 앞으로 4~6주 정도면 뼈가 다시 붙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당장에는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부상이었다.
미첼은 3일 전 선수촌 계단에서 미끄러진 일을 떠올렸다. 당시 큰 부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훈련 때도 별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첼은 "계단에서 미끄러져 다리가 조금 불안정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밖에 크게 이상한 데는 없었다"고 말했다.
미첼은 남은 올림픽 기간에 다리에 깁스를 한 채 관중석에서 팀 동료들이 뛰는 것을 보며 응원할 계획이다.
미첼은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다 나처럼 했을 것"이라며 "(뛰는 동안) 믿음(Faith), 집중(Focus), 완주(Finish)라는 단어를 계속 돼 새겼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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