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23일자 지평선 '총수의 책임(1)'에서 언급했듯 공무원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금융기관 임직원에 비해서도 한결 엄격한 규범준수 책임을 진다. 이 엄중하고 특별한 책임은 사회적으로 널리 인식돼 있고, 당사자들도 당연히 여긴다. 공무원의 정치활동 자유나 노동3권 등 일부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지만, 특별히 기본권 침해 논란을 빚지 않는 것이 좋은 예다. 기본권 제한의 원리로서 거론되는 '특별권력관계'도 이 '특별한 책임'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 모든 법률관계에서 권리와 의무, 권한과 책임이 동전의 양면을 이루듯 공무원의 특별한 책임도 실은 특별한 권한이나 혜택과 결부돼 있다. 일자리 찾기가 날로 어려워지는 요즘 같은 시절에 당장 헌법적 신분보장과 두터운 연금만 해도 일반인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한 혜택이다. 한편으로 공무원의 권한은 국가권력의 실질적 행사를 나눠 맡고 있는 데서도 곧바로 상정된다.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기 위해서라도 공무원은 주어진 권한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
■ 공무원의 특별한 책임이 '권력'때문이라면 재벌 총수의 책임도 얼마든지 새롭게 볼 수 있다. 권력은 자신의 의사를 남에게 강제할 수 있는 힘이다. 오랫동안 정치권력이 그 대명사였지만, 이제 '경제권력'도 그에 못지않다. 때로는 대기업의 힘이 정치권력보다 강하게 개인을 지배한다. 한 재벌기업이 사옥 반경 1㎞ 이내의 사원 금연 선포로 박수를 받았다. 해당 사원들의 중압감을 떠올리는 순간 '나라보다 더한 대기업의 힘'에 문득 소름이 끼쳤다.
■ 대기업의 힘은 가히 전인격적(全人格的) 지배력이다. 급여와 복지가 두터운 대기업일수록 적정생활 유지라는 사원의 1차적 관심을 고리로 행동을 넘어 의식까지 지배한다. '◇◇맨''○○맨'으로 정체성이 굳은 사람들을 자주 본다. 모든 고려에서 회사를 앞세우는 버릇이 깊다 보니 사회에 대한 관심과 애정보다 무조건적 애사심 의식에 묶인 친구도 있다. 이토록 막강한 경제권력의 정점이 재벌 총수라면, 그 책임이 공무원보다 가볍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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