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북 김천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 대구ㆍ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박근혜 때리기'에 주력해 온 김문수 경기지사가 객석에서 당원들과 인사하던 도중 한 중년 남성이 "네가 뭔데 박근혜를 욕해"라고 고함을 친 뒤 멱살을 잡으며 난투극을 벌일 기세로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김 지사의 수행비서들이 즉각 이 남성을 떼어 놓아 별다른 부상은 없었다. 지지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당 당원이 후보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김 지사 측 김동성 대변인은 즉각 성명을 발표, "후보가 폭력을 당하는 믿을 수 없는 사건은 극심한 사당화와 줄세우기의 결과"라면서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따른다는 이들이 과연 상식 있고 분별 있는 사람들인지 갈수록 확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박 전 위원장 캠프에서도 성명을 내고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이 지역이 박 전 위원장의 정치적 고향인 데다 연설회에 앞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면서 연일 5ㆍ16쿠데타 등을 고리로 압박하던 비박 진영 후보들의 공세 수위는 상대적으로 무딘 느낌이었다.
먼저 연단에 오른 박 전 위원장은"(대구ㆍ경북은) 제가 정치를 결심하고 정치인으로 태어난 곳이다. 이제 더 큰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다지기 위해 고향에 왔다"며 고향 방문에 대한 소회로 운을 뗐다. 그러면서"저는 산업화 시대의 공과와 민주화 시대의 공과를 모두 안고 갈 것"이라며 "각각 좋은 점은 계승하고 잘못된 점은 고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은 "호미 한 자루 없을 때 세계적인 철강회사를 만든 통찰력과 결단력을 가진 지도자,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김태호 의원도 최근 박 후보를 겨냥한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의'막말' 파문을 언급하며 "이렇게 막돼먹은 세력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문수 지사는 "박 전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시절에 잘했고, 당과 대한민국을 위기에서 구한 것은 맞지만 지금 절대권력 때문에 부패가 일어난다"며 "청와대에 가기 전에 공천비리 의혹, 정수장학회 문제, 친인척ㆍ측근비리 의혹을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고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를 거두지 않았다. 이어 김 지사가 방영한 홍보영상에서 또다시 박 전 위원장과 고 최태민 목사가 나란히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관중석에서 다시 욕설과 고성이 넘쳐났다. 김 지사 측 지지자들이 박수를 치며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지만 이내 야유 소리에 묻히며 장내 분위기가 다시 험악해지기도 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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