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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엑스포 12일 폐막/ 말로만 해양엑스포… 대부분 디지털 콘텐츠로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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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엑스포 12일 폐막/ 말로만 해양엑스포… 대부분 디지털 콘텐츠로 채워

입력
2012.08.0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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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바다, 숨 쉬는 연안'을 주제로 한 여수세계박람회가 93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12일 막을 내린다.

여수엑스포는 바다와 인류의 상생을 표현한 다양한 전시 콘텐츠를 통해 다른 엑스포들과의 차별화를 이끌었고, 이를 나름 흥행으로 연결했다는 점에서 '성공 개최'로 평가할 만 하다. 특히 여수엑스포가 바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계기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지역적으로 도로ㆍ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이 확충되면서 지역발전의 디딤돌이 됐다는 점은 큰 성과로 꼽힌다. 또 해양과 연안가치의 재인식과 해양의 현명한 이용촉구, 해양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등 박람회 개최 취지도 충분히 살린 것으로 평가된다.

여수엑스포를 통해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해양개발을 위한 역할과 좌표를 제시하고 국제사회에서 해양과학기술의 리더로 자리매김하는 데 일조했다는 고무적인 반응도 나왔다.

조직위 관계자는 "여수엑스포는 인류가 머리로만 고민하던 바다의 위기와 미래라는 공통 화두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뒤늦은 관람객 유치책 마련과 운영미숙 등 철저한 준비부재에 따른 각종의 시행착오는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이번 박람회를 "주제 구현이 어설프고 흥행ㆍ놀이 위주의 관람객 늘리기에만 급급했던 '실패한 엑스포'"로 평가절하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여수엑스포를 10여 차례 관람한 이규형 전남대 해양기술학부 교수는 "이번 엑스포가 해양엑스포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미흡했고, 주제 역시 무엇을 말하려는지 불분명했다"며 "성적을 매긴다며 D학점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체험시설인 에너지파크에 조류나 조력발전에 대한 콘텐츠 대신 태양광과 수력발전 아이템들로 채워진 것은 박람회 취지와는 달랐다고 평가했다.

'박람회 전문가' 주강현 제주대 석좌교수도 여수엑스포의 방향성 문제를 지적했다. 주 교수는 "여수엑스포는 해양이 본질인데 해양이 중심에 서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엑스포"라고 말했다. 박람회장 전시 연출 전반에 해양ㆍ수산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 내지 못해 박람회의 꽃인 콘텐츠가 다분히 비(非)해양적인 것들로 채워졌다고 꼬집었다.

실제 주제관과 기후환경관, 로봇관 등 인기 전시관 등을 제외하곤 상당수 전시관들에선 바다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었고, 그나마 해양을 표현한 콘텐츠들도 디지털 일색이어서 디지털 피로감을 호소하는 관람객들이 적지 않았다. 아프리카나 동남아 지역 상당수 참가국들은 아예 전시관에서 문화공연을 하거나 특산물을 판매하기도 했다.

관람객들의 엑스포에 대한 눈높이가 주제보다는 흥미와 놀이 중심의 콘텐츠에 맞춰지면서 엑스포의 의미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열기구를 체험하는 롯데관과 판타지 퍼포먼스를 하는 삼성관 등 기업관을 비롯해 빅오쇼 등 테마파크적 요소를 갖춘 전시관들이 유독 인기를 끌었다. 김정배(44ㆍ전북 정읍시)씨는 "전시관마다 2~3시간씩 기다렸다가 겨우 15분 정도 구경하는데 제대로 엑스포를 음미할 수 있겠느냐"며 "솔직히 주제에 대한 이해와 공감도 쉽지 않고, 이를 설명하려는 서비스도 없어 흥미 중심의 전시물을 찾게 되더라"고 말했다.

조직위는 흥행 성공에 대한 강박감 속에 관람객 유치 목표(800만명)를 달성하기 위해 저가 할인 입장권을 남발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날이나 대학생 관람주간 등 각종 입장권 할인 이벤트를 통해 3,000원짜리와 5,000원짜리 입장권을 쏟아냈고, 여수시민들에겐 무료 입장권(27만장)까지 뿌렸다. 조직위는 폐막일까지 매일 저녁 K-팝 공연을 열면서 야간권(5,000원ㆍ대학생 이하)까지 만들어 관객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덕분에 관람객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관람객들 사이에선 "여수엑스포를 제값(3만3,000원ㆍ성인) 주고 보면 바보", "여수엑스포가 K-팝 엑스포냐"라는 비난이 터져 나왔다.

여수엑스포시민포럼 이상훈 사무처장은 "조직위가 입장객 숫자 채우기에만 몰두하면서 엑스포와 직결된 도시재생 방향과 성장동력 확보 및 박람회장 사후활용 방안 등에 대해서는 소홀했다"며 "진짜 여수엑스포의 성공 여부는 폐막 후 이 같은 문제를 정부가 어떤 의지를 갖고 접근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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