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정무ㆍ통상외교가 아무리 대단해도 일상적 영사 업무의 중요성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외국을 상대로 자국민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는 영사활동이야말로 외교의 기본이자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외교통상부는 이 기본을 망각했다. 해외에 수감된 우리 국민 전원의 인권실태를 실사한다면서도 수감자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외교부의 무성의는 용납될 수 없는 직무유기다.
외교부가 정상이라면 한국인 해외 수감자의 인권실태는 일상적 자국민 보호활동으로서 늘 파악되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외교부는 중국 공안이 북한 인권운동가 김영환씨를 고문했다는 폭로가 불거지기 전까지 사실상 두 손 놓고 있었다. 결국 국민적 질책이 쏟아지자 허겁지겁 수감자 전원에 대한 인권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나섰지만 적나라한 치부만 드러내고 말았다.
김영환씨 폭로 후 김성환 외교부 장관이 국회에서 "7월 23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는 (우리 국민)1.780명 정도가 수감돼 있으며, 이 가운데 중국에 수감된 인원은 619명"이라고 밝힌 게 지난달 27일이다. 하지만 외교부 대변인은 나흘 뒤인 31일 중국 내 수감 인원을 625명이라고 1차 수정했고, 지난 8일이 되어서야 해외 수감자 총수 1,169명, 중국 내 수감자 346명이라는 최종 집계가 나왔다. 장관이 국회에 엉터리보고를 한지 11일, 관련 전산집계가 시작된 2005년 이래 7년 만에 처음으로 정확한 현황이 파악된 셈이다.
외교부는 착오가 통계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얘기다. 수감자가 풀려났을 경우 영사 전산 시스템에서 '석방' 버튼과 '종료' 버튼을 모두 눌러야 수감자 집계에서 빠지는데, 담당 영사들이 '종료' 버튼만 누르다 보니 수감자 숫자가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지난 7년간 지속된 업무 착오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걸러지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우려를 살 뿐이다. 무사안일주의에 빠진 외교부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라도 책임추궁이 불가피하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