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인도네시아 자바섬을 시작으로 중국, 인도, 탄자니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각처에서 작은 머리와 돌출한 이마, 직립보행의 특징을 공유하는 호모 에렉투스의 화석이 발견되자 과학자들은 호모 에렉투스가 현생인류(호모 사피엔스)의 유일한 직계조상이라고 믿어왔다. 하지만 200만년 전 호모 에렉투스뿐 아니라 여러 종의 원시 인류가 공존했음을 보여주는 화석이 발견됐다고 외신들이 8일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고인류학자 미브 리키와 그의 딸 루이스는 최근 케냐 북부 투르카나 호수 인근에 있는 능선지대 쿠비포라의 사암층에서 원시 인류의 뼈 화석 3점을 발견했다. 그 중 2점은 동일인으로 추정되는 머리뼈와 턱뼈이고 다른 한 점은 치아가 붙어있는 턱뼈(사진)다. 보존 상태가 좋은 이들 화석은 183만~195만년 전 것으로 추정된다.
리키 모녀는 이들 화석이 1972년 역시 쿠비포라에서 발견된 200만년 전 인류 화석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학계는 호모 에렉투스와 달리 큰 머리에 얼굴이 길고 납작한 이 두개골 화석에 흥분해 호모 루돌펜시스라는 별개의 인류가 존재했다는 가설을 세웠다. “특이하게 생긴 호모 에렉투스일 뿐”이라는 반론과 맞서며 40년 간 검증되지 못했던 가설이 이번 화석 발굴로 강력한 근거를 얻은 것이다. 1964년 루이스 리키(미브의 시아버지) 등이 탕가니카에서 찾은 호모 하빌리스 화석까지 별개 종으로 인정된다면 최소 세 종의 원시인류가 아프리카에서 공존했을 가능성이 있다.
과학잡지 네이처 8월호에 연구 성과를 발표한 리키 모녀는 이번 화석을 새 인류로 볼지에 대해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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