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에서 특허 대결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국내 소송이 10일 결판난다. 애플의 텃밭인 미국에서 양 사의 본안 소송 심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의 본고장인 한국에서 먼저 판결이 나올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 11부는 10일 양 사가 각각 제기한 특허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 예정이다. 당초 이번 판결은 지난 3월께 내려질 예정이었지만 법원 측이 정기인사를 이유로 담당 판사를 교체하면서 일정이 미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애플이 3세대 이동통신에서 데이터 전송시 수신 오류를 감소시키는 기술, 휴대폰을 컴퓨터와 연결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술 등에 대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제소했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 3월에도 이용환경(UI) 관련 특허 3건을 침해했다며 애플을 추가 제소했다.
애플도 지난 6월 스마트폰의 디자인과 바탕 화면을 손가락으로 밀어서 잠근 상태를 해제하는 기능, 문서의 맨 마지막 페이지나 맨 마지막 사진 등을 알려주는 기술 등을 삼성전자가 침해했다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해외와 마찬가지로 삼성전자는 통신기술, 애플은 디자인과 UI 특허를 내세우며 팽팽히 맞선 상태다. 삼성전자는 법무 법인 광장과 율촌, 애플은 김앤장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이번 판결은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실질적인 효과보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양 사 모두 상대측에 제기한 손해 배상 금액이 1억 원에 불과하다. 손해 배상 금액이 적은 이유는 양 사가 문제 삼은 제품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 애플의 아이폰3와 아이폰4 등 최신 주력 제품이 아닌 사실상 판매 종료되다시피 한 구형 제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장에서는 해당 제품의 수거와 폐기는 물론이고 전시까지 금지하는 등 강하게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패소하더라도 어느 쪽도 큰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대신 승소하는 쪽은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재판에서 상대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금전적 이익을 기대하기 보다는 특허 침해 사실을 인정받기 위한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승패를 예단하긴 어렵지만 업계 안팎에선 이번 소송의 핵심이 복잡하고 미묘한 '혁신'과 '베끼기' 의 기준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양 사 모두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거나 한꺼번에 부정하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양 사의 법정 밖 신경전도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미국 법원에 증거자료로 제출하려 했던 내용들을 외신에 공개해 논란이 일었고 애플은 호주에서 법원에 보고서를 제출할 주요 전문가들을 미리 접촉해 문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소송에 대한 양 사의 부담이 크다는 반증"이라며 "그런 점에서 이번 서울 판결의 승자가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 봤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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