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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제까지 13종 섞어 투약 왜… 커지는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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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취제까지 13종 섞어 투약 왜… 커지는 의혹

입력
2012.08.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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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의사 김모(45)씨의 시신유기 사건의 피해자 이모(30)씨가 알려졌던 수면유도제가 아니라 마취제 등 13종의 약물을 섞어 투여한 끝에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고의적 살해가 엿보이는 정황이지만 경찰은 김씨에게 살인혐의를 적용하지 않아 의문이 남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피의자 김씨가 이씨에게 영양제와 함께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마취제 나로핀과 리도카인, 근육이완제 베카론 등 마취효과가 있는 4종을 포함, 총 13가지 약물을 섞어 투약해 이씨가 숨졌다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8시28분쯤 이씨에게 "언제 우유주사(수면유도제 프로포폴) 맞을까요?", "11시쯤 집으로 갈까요?"라는 문자메시지를 먼저 보냈다. 이씨는 "집에 엄마가 계세요"라며 집 대신 병원에서 만나기로 했다. 밤 11시1분에 이씨가 병원에 도착한 뒤 김씨는 당직 간호사에게 "피곤하다. 미다졸람을 맞아야겠다"고 거짓말을 해 약을 받았고, 수술실에 비치돼 있던 나로핀, 베카론 등을 몰래 갖고 나왔다. 이씨는 그 사이 김씨의 집무실에서 휴대폰으로 베카론, 리도카인, 박타신 등을 검색했다.

이들은 31일 0시1분에 병실로 자리를 옮겼고, 경찰은 병실에서 투약 행위에 함께 성관계를 가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약 2시간 뒤인 오전 1시50분쯤 김씨가 황급히 병실에서 나와 청진기와 펜라이트를 들고 병실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경찰은 김씨를 사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9일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수사결과는 수술 경력만 10년이 넘는 전문의가 치명적인 방식으로 마취제를 투약했는데도 살해의도는 없었다는 결론이어서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피부가 아닌 혈관에 투약하면 나로핀은 심장 세포에 영향을 줘 심장을 멈추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은 "베카론 역시 호흡 근육을 이완시켜 호흡이 멈출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인공호흡 장치를 연결한 뒤 투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일부러 이씨에게 마취제를 줬다면 이는 과실치사가 아닌 살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지적이다.

김씨는 수사 초기 "(이씨가) 피곤하다고 해서 미다졸람을 투약했는데 나중에 보니 숨졌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마취제를 섞어 투약한다고 죽을 줄은 몰랐다"고 진술을 바꾸면서도 줄기차게 우발적 사고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거짓말 탐지기와 프로파일러 면담 조사 등을 실시했지만 김씨의 진술을 반박할 근거를 찾지 못했다. 거짓말 탐지기에서는 판단 불가 결과가 나왔고, 프로파일러 역시 뚜렷한 범죄동기를 밝히지 못해 2차 조사 중이다.

살해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사건 당일 왜 마취제를 투약했는지 여부도 가려지지 않았다. 김씨는 2~3개월에 한 번 꼴로 이씨 집을 찾아 프로포폴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가졌지만 다른 약물을 투여한 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한 성형외과 원장은 "프로포폴은 환각 증세에 푹 자게 해준다는 점 때문에 성관계 전에 투약할 수도 있겠지만 전문의에 수술 경험이 많은 의사가 나로핀, 베카론 같은 약물을 의료장비 없이 투약한 것은 일부러 하지 않고서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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